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한일 과거사 문제, 공동책임론은 해결방안 아니다
알림

[사설] 한일 과거사 문제, 공동책임론은 해결방안 아니다

입력
2015.03.01 17:14
0 0

광복 70주년 및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올해 3ㆍ1절 기념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과 프랑스의 예를 들며 “(한일도) 성숙한 미래 50년의 동반자가 돼 새 역사를 함께 써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진솔한 태도가 전제임을 재확인했다. 취임 후 일관된 취지이긴 하나, 주변국의 거듭된 우려에 귀 닫은 일본 아베 정부의 마이동풍식 행보가 갈수록 노골화하는 국면에서 의미가 가볍지 않다. 특히 아베 총리가 국제여론의 전환계기로 삼으려는 5월 미 의회연설과 8월 종전70주년 담화를 앞두고 있음을 감안하면 여느 때보다 강한 경고의 메시지로 읽힌다.

이런 예민한 시점에 웬디 셔먼 미 국무차관이 꼬여있는 동북아 정세와 관련, 한중일의 공동책임론을 제기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셔면 차관은 “한중이 위안부 문제를 놓고 일본과 논쟁하고 있고 역사교과서 내용, 심지어 바다 명칭을 놓고도 이견을 표출하고 있다”며 “실망스럽다”고 직설적 불만을 표출했다. 나아가 “민족감정이 이용되고 있고,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다”며 이를 ‘도발’로 표현했다. 일본보다는 한국에 더 불편해하는 속내가 읽힌다.

우리가 그의 발언에 주목하는 것은 그 동안 미국이 취해온 입장과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미 의회가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했고, 최근 미 역사학계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식과 동떨어져 있는 일본의 외톨이 역사인식을 정면 비판한 일도 있다. 특히 2013년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후에는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통한 주변국 아픔 치유가 동북아 안정의 기초’라는 미국의 입장이 분명히 정립된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런 차에 돌연 명확한 역사적 사실문제를 어정쩡한 공동책임으로 뭉뚱그린 웬디 차관의 언급은 대단히 뜻밖이고 유감이다.

현 한일 관계가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큰 장애 요소가 돼있고, 때문에 한일관계의 조속한 복구를 희망하는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미 한일관계는 어정쩡한 공동책임론으로 봉합될 수준은 한참 넘었다. 무라야마ㆍ고이즈미 담화로 오랜 기간 어렵게 구축돼온 한일간 최소한 신뢰의 기반마저 훼손된 상태다. 논리적으로도 복구의 책임이 원인제공자인 일본에 있음은 자명한 것이다. 공동책임론은 도리어 문제의 핵심을 흐림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마저 찾지 못하게 할 개연성이 크다.

추후 동북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서도 미국은 애매한 태도를 버리고, 장기적이고도 근본적 차원의 갈등해결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도 미국 조야의 흐름을 읽는데 안이한 구석이 없었는지 돌아보고 면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데 추호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