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안을 채택하자 마자 미국 정부가 독자제재의 고삐를 죄고 있다. 애초부터 ‘선(先) 안보리제재 후(後) 양자제재’의 수순을 상정하고 있던 오바마 정부는 조만간 전례 없는 강도와 폭의 새로운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2일(현지시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의 최종 책임자로 규정하고, 그 측근이자 북한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와 군부 핵심 인사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고강도 제재의 서막으로 보인다. 제재대상에 지정된 개인과 기관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와 출입국이 금지된다. 그러나 국제 사회와 고립된 북한 체제 특성상 이번 조치로 북한 권력기구와 개인들이 실제로 입을 타격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 행정부가 공식 문서에서 김정은을 북한의 최종 책임자로 적시하는 한편, 이번 조치가 최고위층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여러 경로를 통해 밝힌 점이 주목된다. 미국 행보가 단발성이 아니며, 김정은 일가를 포함한 권력 핵심인물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는 등 앞으로도 압박 강도를 계속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ㆍ러시아의 미온적 태도로 유엔의 새로운 대북제재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지난달 시행된 독자적 대북제재법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8일 발효한 이 법은 ▦대량살상무기 확산 금지 ▦사치품 및 불법행위 차단 ▦인권 ▦사이버 행위까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지만, 가장 큰 초점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는 경화를 차단하는데 맞춰져 있다.
그러나 미국은 대북제재가 북한 주민의 생계에는 직접 영향이 없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제재는 북한 주민의 고통을 키우려는 목적이 아닌, 금지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 추진하는 북한 지도부에 더 많은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제재법 대표 발의자인 에드 로이스(공화ㆍ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은 물론이고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법 등 모든 대북 제재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도록 하는데 미 정부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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