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시의적절 환영" 하루 만에… 유승민 "가계부채 증가 우려 크다"
경제 철학 달라 향후 충돌 가능성 "당내 주도권 다툼의 서막" 관측도
새누리당 ‘투 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상 초유의 1%대 기준금리를 두고 뚜렷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김 대표가 “시의적절하고 잘된 일”이라고 적극 환영한 반면, 유 원내대표는 “가계부채가 증가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경제 정책 이슈를 두고 투 톱이 여러 차례 시각 차를 드러내면서 당내 주도권 다툼의 서막이라는 때이른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김무성ㆍ유승민, 1% 금리 놓고 뚜렷한 입장 차
유 원내대표는 13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한국은행이 전날 기준금리를 연 1,75%로 전격 인하한 것과 관련해 “금리를 내리면 부채 가지고 있던 기존 가구들 부담이 좀 줄어들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경제 전문가인 유 원내대표는 특히 “1,100조로 증가한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시한폭탄이란 지적을 전문가들이 오래 전부터 해왔다”며 “가계부채가 금리인하로 인해서 더 급증하는, 그런 문제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묘안을 짜내야 할 때”라고 정부의 후속 대응을 주문했다.
유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발표 직후 환영의 뜻을 표시한 김 대표와 확연히 대비된다. 김 대표는 “기준금리 인하는 아주 시의적절하고 잘된 일”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수출 경쟁력을 위해 그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투 톱은 환율 등 시장 원리로 작동하는 경제 변수에 대해 정치권이 취해야 할 입장을 놓고도 결을 달리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은 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하루 앞둔 11일 최고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통화전쟁, 환율전쟁에 전세계가 나선 상황”이라며 “정부와 통화당국의 적극적 대처가 요구된다”고 사실상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결과적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큰 걱정”이라며 사실상 금리 인하를 압박한 최 부총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반면 유 원내대표는 “평소 정치권은 금리인하와 환율문제에 대해서는 가급적 발언을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는 말로 에둘러 김 대표를 비판했다.
앞서 투 톱은 ‘증세와 복지 논란’ 와중에도 시각 차를 드러낸 바 있다. 이른바 김영란법을 둘러싸고도 김 대표는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한 반면 유 원내대표는 ‘시대정신’이라고 평가했다.
철학이 다른 투 톱, 주도권 다툼 가능성도
새누리당 내에서는 인위적 경기 부양책에 무게를 두는 ‘초이노믹스’에 반대해온 두 사람이 기준금리 인하를 두고 입장을 달리 한 것을 두고 두 사람이 경제를 바라보는 근본 철학부터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양날의 칼’인 금리인하의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해 다분히 보수주의적인 경제 논리를 편 반면, 유 원내대표는 인위적 경기 부양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법인세 인상 문제와 관련해서도 김 대표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말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반면, 유 원내대표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며 “김 대표가 ‘초이노믹스’에 비판적이긴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오히려 유 원내대표보다는 최 부총리와 가깝다고 봐야 하지 않겠냐”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투 톱의 의견 대립이 당내 주도권 다툼으로 비화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당장은 당ㆍ청 관계에서의 당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협력하더라도 결국에는 각자의 노선을 구분하려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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