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회장님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행사장 같은 데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인데 어딘가 어색하다. 높임말이 잘못 쓰였기 때문이다. ‘자다’의 높임말이 ‘주무시다’인 것처럼 ‘있다’의 높임말은 ‘계시다’이므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계시다’ 대신 ‘있으시다’를 써야 한다.
‘있다’에는 동사와 형용사 두 가지 쓰임이 있는데, 동사로 사용될 때는 높임말이 ‘계시다’가 되지만 형용사로 쓰일 때는 ‘있으시다’를 써야 한다. 동사와 형용사는 활용형의 차이로 구분한다. 동사 ‘있다’는 ‘있어라/있자’처럼 명령형이나 청유형 어미와 자유롭게 결합하지만, 형용사일 때는 그런 어미와 어울리지 못한다. 예문을 통해 살펴보자. 우선 ‘동생이 집에 있다.’라는 문장을 보자. 이때의 ‘있다’는 ‘집에 있어라/집에 있자’처럼 명령형과 청유형으로 활용하는 게 자연스러우므로 동사로 사용된 것이다. 따라서 이 문장의 주어를 동생에서 아버지로 바꾸면 ‘아버지가 집에 계신다.’가 된다. 한편 ‘영수야, 우산 있어?’ 또는 ‘우리 언니는 돈이 좀 있어.’같은 문장을 살펴보자. 여기 쓰인 ‘있다’는 ‘우산 있어라’ 또는 ‘돈이 좀 있자’처럼 쓸 수가 없다. 명령형이나 청유형 어미와 결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형용사로 사용된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높임말을 쓸 때는 ‘아주머니, 우산 있으세요?’ ‘우리 할머니는 돈이 좀 있으셔’처럼 써야지, ‘우산 계세요?’나 ‘돈이 좀 계셔’는 부자연스러운 문장이 된다.
그렇다면 ‘말씀’의 경우는 어떤가. 우산이나 돈의 경우처럼 ‘말씀이 있어라/말씀이 있자’ 등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있다’가 형용사로 쓰인 것이므로 높여 말할 때에는 ‘회장님의 말씀이 있으시겠습니다’로 써야 함을 알 수 있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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