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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들 커진 정치력 DACA 폐지 8일 만에 새 보호법안 이끌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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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들 커진 정치력 DACA 폐지 8일 만에 새 보호법안 이끌어내

입력
2017.09.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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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DACA)의 존폐 여부 결정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LA에서 폐지 반대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DACA)의 존폐 여부 결정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LA에서 폐지 반대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부모를 따라 불법 입국한 청년들의 추방을 유예하는 ‘미등록 이주자 청년 추방유예(DACA)’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지난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과 뉴욕 트럼프 타워 주변은 시위대로 포위됐다. 애플과 페이스북 등 미국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폐지 반대 시민단체 청원에 참여했고, 뉴욕주와 매사추세츠주 등 16개주는 이튿날 즉각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반(反) 이민을 앞세워 대선 후보 시절 이를‘불법 사면’이라고 비판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폐지를 덜컥 결정하긴 했지만, 폐지 선언 8일 만인 13일 민주당 지도부와 만나 ‘드리머(dreamersㆍ꿈꾸는 사람들)’로 불리는 불법체류 청년들을 보호하는 새 법안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추방 위기에 놓일 뻔하던 드리머들이 사실상 구제된 셈이다.

역대 가장 폐쇄적이고 반 이민적인 대통령으로 꼽을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조차 이들 드리머들을 추방하지 못하는 것은 15년 이상 이어져온 드리머들의 끈질긴 정치운동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온라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이들의 움직임을‘드림 무브먼트’로 지칭하며 시위 조직화, 정치인들에 대한 압력, 외부 강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운동을 전개했다고 소개했다.

드리머들이 처음으로 조직적 행동에 나선 것은 2001년 민주당이 ‘드림법’으로 불리는 체류합법화 법안 발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이 운동이 최고조에 달했던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이다. 2008년 뉴욕에 거주하는 멕시코계 불법 체류 청년 세자르 바르가스가 보호법안 제정을 위해 온라인 운동을 조직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전까지 추방을 염려해 자신을 드러내기 꺼려하던 같은 처지의 청년들을 규합해 이름과 자신들의 처지를 공개적으로 알리는 ‘커밍아웃’이벤트, 마이애미에서 워싱턴 DC까지 4개월 간에 걸친 도보행진, 시민불복종 운동 등으로 보호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렸다. 2010년말 관련 보호법안이 근소한 차로 의회 통과에 실패하면서 이들의 움직임은 좀더 강력해졌다. 결국 재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6월 행정명령으로 DACA 제도를 발표한다. 진보 대통령이었으면서 드리머 문제에 무관심했던 오마바를 움직이면서 이들은 저력을 보여준 셈이다. 지난 대선에서 DACA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힐러리 클린턴이 예상 밖으로 패배하고, 폐지를 주장했던 트럼프가 당선됐지만 이들의 지위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폴리티코의 분석이다. 드리머들의 조직인 ‘드리머 연합(United We Dream)’회원은 현재 40만명에 달하는 등 거대한 정치조직으로 성장했다. DACA 폐지를 호기롭게 공표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신분을 염려하는 모든 이들(DACA 대상)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시물을 남긴 이유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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