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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가 궁금해?] ‘미니 인수위’ 몸집은 작지만 행동대장 역할은 톡톡히 하네

입력
2017.06.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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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달 22일 출범한 지 12일이 지났다. 정권 인수 업무를 위해 정부 현황을 파악하고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설정하는 인수위는 역대로 권력의 칼날이 가장 시퍼렇게 선 정부 출범 직전에 활동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다. 그런데 이번 인수위는 다르다. 대통령 취임 후 출범한 ‘사후 인수위’라는 점이 명암을 갈랐다. 핵심 기능인 조직과 인사를 청와대가 지휘하고 있어 국정기획위는 주로 정책 과제만 다루다 보니 규모가 적어졌고, 관심도 예전만 못하다. 하지만 새 정부의 기강을 잡으려는 국정기획위의 업무보고 분위기는 예전과 다를 게 없이 긴장감이 팽팽하다. 그간의 활동을 평가하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해주기 위해 국정기획위에 파견 나가 있는 정당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경제2분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수력원자력 합동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경제2분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수력원자력 합동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 상황서

뒤늦게 구성돼 위상 다소 떨어져

서브 조직인 싱크탱크 흡사

부처따라 기 살리고 불호령

투트랙 전략으로 군기잡기

현역 실세 의원들 다수 포진

정책방향 가늠자 역할 기대

불타라 청춘(이하 불청)=국정기획위는 어디에 있는지.

5년 만에 여당기자(이하 여기자)=박근혜정부 때 인수위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차렸는데, 이번에는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이에요. 처음에 국회의원들도 이름이 비슷해 당연히 금융연수원으로 갔다가 헛걸음을 많이 했다고. ㅎㅎ

불청=이번 국정기획위는 미니 인수위라고 부르던데, 과거 인수위와 다른 점은.

여기자=일단 건물 규모만 따져도 비교가 됩니다. 삼청동 금융연수원은 별도의 건물 2개가 있었는데 한 동은 인수위원 회의실로, 한 동은 브리핑룸으로 사용했죠. 그때는 ‘모든 길은 삼청동으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수위가 정권의 심장부 역할을 했고. 반면 통의동은 건물도 크지 않고 인수위원 회의실과 기자실이 한 건물에 모여 있어요. 게다가 이낙연 국무총리가 후보자 시절 청문회 준비 공간으로 먼저 사용하고 있던 터라 공간이 더 협소했죠. 업무보고 첫날 일부 부처가 오전 7시 30분 보고를 시작한 것도 좁은 공간 탓이었다고.

불청=인수위가 이렇게 홀대를 받는 이유는.

여기자=역대 인수위는 정권 출범 전에 출범해 내각 인선과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정리하는 사전 인수위 성격인 반면, 이번 국정기획위는 정권이 출범해 청와대 중심으로 국정운영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사후 인수위라는 점에서 위상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서브 조직인 싱크탱크 느낌이랄까.

불청=그간 국정기획위 활동을 요약한다면.

무심한벌꿀오소리(이하 오소리)=지난주로 각 부처별 업무보고는 대강 마무리됐고, 최근에는 미진한 부처에 대한 추가 보고와 분과위 합동 업무보고로 보다 구체적인 정책 가다듬기에 들어가는 중. 교육부나 문화체육관광부 같은 ‘적폐 부처’ 업무보고에서는 불호령으로 군기를 꽉 잡은 반면, 일자리 관련 주무부처에는 기를 살려주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고 있는 모습이고요.

불청=업무보고 대상에 빠졌다가 갑자기 추가돼 날벼락을 맞은 부처도 있다고.

오소리=국가보훈처와 국사편찬위원회 등은 전날에야 업무보고 지침을 전달받고 부랴부랴 준비에 나섰죠. 두 곳 모두 기관장이 새 정부 출범 직후 물러난 곳이어서, ‘우편향 부서’ 군기잡기 아니냐는 말도 나왔습니다.

불청=국정기획위가 워낙 입단속을 하는 바람에 중요 보도가 덜 나온다는 평가도 있죠.

오소리=외부인 출입은 철저히 통제 중이고 취재진도 1층 브리핑룸에만 들어갈 수 있어요. 6개 분과위원회 회의실이 있는 연수원 2~4층은 계단을 완전히 봉쇄했고. 다른 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는 엘리베이터 하나, 그리고 계단 2곳인데요. 엘리베이터와 계단 한 곳은 경비가 막고 있고 나머지 계단은 통제선과 화분 등으로 이중삼중 폐쇄해놓은 상황입니다.

불청=국정기획위 관계자들과 접촉은 잘 되는지.

여기자=각 부처와 정당 파견자들로부터 보안 각서를 받고, 비밀 유출 시 원대복귀 시키겠다며 함구령을 내렸죠. 확정되지 않은 정책이 알려지면 혼선이 가중된다는 이유에서죠. 분과 자문위원들은 통화가 되어도 “내가 말 못 하는 것 알지 않나” 뭐 이런 분위기입니다.

불청=대신 부처 관계자들이 존재감을 과시하거나 조직 세일즈 차원에서 업무보고 내용을 조금씩 흘린다고 하죠.

여기자=국민안전처가 그런 케이스인데요. 업무보고 당일 모 통신사에 업무보고 보고서가 통째로 유출돼 업무보고가 취소됐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 일부러 흘린 거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죠. 해경과 소방방재청 독립이 논의되고 있어 안전처는 조직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거든요.

오소리=안전처의 경우 관계자들이 업무보고를 하려고 회의실에 들어간 상태에서 보고 취소 소식을 전해 들었어요. 갑작스런 소식에 안전처 직원들은 혼비백산한 표정이었고. 교육부 업무보고 때도 ‘보고서를 보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기사가 한 매체에 나왔다’면서 26일 오전 차관회의에서 경위 파악 지시가 내려와 혼쭐이 빠졌죠.

불청=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이 부처 군기잡기에 가장 앞장 서는 것으로 보이던데.

여기자=비정규직 문제에 소극적인 경총에 대한 호통이 클라이막스였던 거 같습니다. “자문위원들보다 이해도가 낮다” “표지만 갈아 끼웠다” 등 공무원들에게는 가슴에 사무칠 ‘김진표 어록’을 쏟아냈죠. 국정기획위가 내각 인선에 관여하지 못해 힘을 받진 못하고 있지만, 정부 출범 이후 ‘행동대장’ 역할은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죠. ㅎㅎ

오소리=김진표 위원장은 참여정부 경제부총리 출신으로 관료사회를 잘 아는 사람이라 ‘군기반장’에 걸맞은 인물이라는 평도 있죠.

불청=국정기획위는 새 정부 국정운영의 방향타 역할을 하죠. 지난 10여일 활동을 평가한다면.

여기자=아무래도 사후 인수위라는 한계는 어쩔 수 없는 듯. 새 정부 5개년의 밑그림을 짠다고 하는데, 얼마나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지는 의문입니다. 냉정히 평가하면 아직까지는 청와대가 총대 메기 힘든 일을 해주는 ‘하청업체’ 수준이랄까.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5년 동안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을 제대로 분류해 구체적인 비전과 체계적인 시간표를 제시했으면 합니다.

오소리=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인수위의 핵심 기능이 없는 기관이다 보니 역할 경계부터 애매한 부분이 많죠. 그렇지만 문 대통령과 가까운 김경수ㆍ김태년ㆍ박광온 등 현역 실세 의원들이 포진해 있다 보니 정부 정책방향의 가늠자 역할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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