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가계빚 증가속도 빠르고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커져"
2분기부터 경기회복 전망 불구
연내 추가 금리 인하 예상도 많아
코스피 지수 사흘 만에 하락
한국은행이 경기 회복에 한층 자신감을 보이며 현행 연 1.7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소비 심리 개선, 자산시장 활력을 근거로 한 한은의 긍정적 경기 인식 앞에 시장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은 약화되는 분위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5일 정례회의를 열고 위원 7명 중 6명의 동의로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지난 3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연 2.00%→1.75%) 이후 두 달째 동결이다. 지난달에 이어 위원 한 명은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기개선 신호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증대를 금리 동결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이 총재는 “지난달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예측한 경기흐름이 실제 상황과 부합하고 있다”며 “심리 지표나 내부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경기 개선에 긍정적 신호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이래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줄곧 심리 부진을 강조해온 금통위는 이날 결정문에서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개선되었다’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했다.
이 총재는 “완화적 통화ㆍ재정정책 효과로 금융 및 부동산 시장이 활력을 보이고 있다”며 “자산시장 호조가 소비ㆍ투자 등 실물경기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다만 독일발(發) 글로벌 채권금리 급등(채권가격 급락) 사태를 두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랫동안 완화정책이 이어지며 금융부문의 리스크테이킹(위험투자)이 과도해진 탓에 국제금융시장의 취약성이 커졌다”며 우리 시장에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가계부채 역시 금리인하에 제동을 건 요인이었다. “부채 규모는 감내할 만한 수준이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앞으로도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이 총재의 진단이다.
시장은 한은의 인식 변화를 매파(긴축 선호)적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한은이 2분기부터 경기가 회복된다는 관점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총재가 이날 엔저에 따른 수출 부진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수출 부진은 환율보다는 중국의 수입대체 성장전략 등 구조적 요인이 더 크다”고 진단한 점이나, “다른 나라의 금리 인하는 통화정책 결정의 고려 사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점도 향후 금리 인하 기대를 낮췄다는 평이다. 이날 국채 금리는 소폭 상승했고 코스피는 사흘 만에 하락했다.
그러나 한은이 연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 지난해 이맘때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기저효과 등으로 2분기 지표가 호전될 가능성은 높지만 그걸 확고한 성장세 회복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하반기 한 두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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