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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국회의장의 한마디, 207명 청소노동자를 울리다

입력
2016.06.1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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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미화노동조합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세균 국회의장의 국회 환경미화원 직접고용 입장 발표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우원식 위원장과 환경미화 근로자들이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국회 환경미화노동조합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세균 국회의장의 국회 환경미화원 직접고용 입장 발표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우원식 위원장과 환경미화 근로자들이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쓸데없는 말을 했다가 없던 일이 될까 봐 어떤 말도 못하겠어요. 미안해요. 하지만 정말 좋네.”

정세균 국회의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의 ‘직접고용’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힌 16일, 이를 환영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만난 한 환경미화원 아주머니는 소감을 묻는 기자를 향해 미소 가득한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수줍게 말했습니다. 국회 내 기자회견장인 정론관에 모인 이들은 거듭 ‘정말이냐’고 서로에게 확인하다 결국 벅차 오르는 마음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직접 고용은 용역회사 소속으로 국회의 청소를 담당하는 207명의 환경 미화 노동자들에게는 꿈에도 그리던 소원이었습니다. 까치도 ‘국회 까치’는 더 잘 얻어먹는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이들과는 거리가 먼 얘기였습니다. 국회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전체 임금 근로자의 평균 월급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 120여 만원을 받으며 매년 용역업체와 재고용 계약을 맺어야 하는 불안한 처지였습니다. 2011년 당시 한나라당 출신 박희태 국회의장이 용역업체와 계약이 끝나는 2014년부터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 약속했지만, 새누리당과 국회사무처의 반대로 무산된 상태였습니다 이에 국회 환경노동조합 소속의 환경미화원들은 줄기차게 국회에 직접 고용을 요구해왔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번번이 벽에 부딪혔습니다. 당시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환경미화원들이) 무기계약직이 되면 노동3권이 보장된다. 툭하면 파업 들어갈 텐데 어떻게 관리하겠느냐”고 발언,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죠.

정세균 국회의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정세균 국회의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5년 간 풀리지 않았던 문제를 푼 실마리는 이날 오전 정세균 의장의 ‘깜짝 발표’ 였습니다. 정 의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국회 구성원 중에는 환경미화를 책임지고 계신 분들이 있다. 이분들은 모두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 되신 분들”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이분들을 직접 고용할 방안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선도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정 의장은 이어 기자들과 오찬에서도 그 동안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이 안된 이유에 대해 “특정 정당에서 반대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는 반대해도 할 것”이라고 굳은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의장실 관계자는 “예전에 환경미화원 직접고용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의장께서) 이것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결정권자의 의지의 문제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 의장의 ‘친정’인 더민주의 을지로위원회는 즉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쐐기를 박았습니다. 우원식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정말 오랫동안 숙원이었던 사업이 하나 풀렸다”며 “벌써 우리 국회 내에 있는 청소하시는 분들의 직접 고용을 위해 함께 일하시는 분들과 의원들이 이 자리에 선 것도 몇 번인지 모른다. 정 의장의 발표를 크게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내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책임위원인 유동수 의원을 비롯해 을지로위 소속의 김경수 유은혜 윤관석 이학영 홍익표 의원 등도 한걸음에 달려와 기자회견에 동참해 이날 정론관은 어느 때보다 붐볐습니다. 우 위원장은 “정세균 의장께 의장 당선 후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 필요성을 말씀 드렸다”며 “국회 밖의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입장에서 정작 국회 안에 있는 비정규직 문제도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우원식 의원실 관계자는 의장실에서 그 동안 을지로위원회에서 이 문제 관련해서 준비했던 자료를 요청했고, 의장실에 보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함께 기자회견장에 선 김영숙 국회 환경노동조합 위원장은 “정 의장의 우리 환경미화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겠다는 발표를 듣고 지난 세월 받아온 차별과 설움이 생각나 서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며 “우리가 끝이 아니라 우리를 시작으로 국회 내 차별과 설움 받는 다른 간접고용 근로자들도 직접 고용될 수 있길 이 자리를 빌어 간절히 희망한다”고 울먹였습니다. 실제로 정 의장의 발표 전엔 이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는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기도 했다네요.

국회의 환경미화 노동자는 1980년까지 고용직 공무원 신분으로 국회가 직접 고용했지만, 예산 절감 등의 이유로 외주 용역으로 전환됐습니다. 정 의장의 ‘직접고용’ 선언이 이뤄지면 207명의 환경미화 노동자들은 국회와 직접 계약을 맺는 공무직(무기 계약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이들을 직접 고용할 경우 3억 9,000만원의 예산 절감효과가 있어 이를 인건비로 사용하면 1인당 20만원, 약 17%의 임금인상 효과까지 있다고 하네요. 대한민국 국회는 법을 만드는 기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초법적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오늘 정 의장의 깜짝 발표가 ‘법을 지키는 20대 국회’의 첫 걸음이길 바라봅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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