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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ㆍ간결… 혀끝으로 느끼는 ‘리우’

입력
2016.08.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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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칼튼 서울 ‘더 가든’의 이동현 파트장이 요리한 브라질의 국민음식들. 앞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브라질 바비큐 슈하스코와 콩 스튜 페이조아다, 구운 시나몬 파인애플 아바카시(왼쪽)와 튀긴 바나나. 유리잔 속 채소는 비니거와 올리브오일에 채소를 담근 비나그레치로 브라질 김치에 해당한다. 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리츠칼튼 서울 ‘더 가든’의 이동현 파트장이 요리한 브라질의 국민음식들. 앞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브라질 바비큐 슈하스코와 콩 스튜 페이조아다, 구운 시나몬 파인애플 아바카시(왼쪽)와 튀긴 바나나. 유리잔 속 채소는 비니거와 올리브오일에 채소를 담근 비나그레치로 브라질 김치에 해당한다. 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서구ㆍ남미서 알아주는 육식 국가

거인들이 먹을법한 고기 양 유명

원주민ㆍ아프리카ㆍ유럽 영향 혼재

간결한 재료ㆍ강렬한 향신료 특징

라틴 아메리카의 요리사들이 구워준 스테이크를 먹어본 일이 있다면, 그 압도적 넓이와 두께에 필시 놀란 바 있을 것이다. 한국의 막장 드라마들이 시어머니의 위용을 보여주기 위해 포기 김치로 며느리의 뺨을 후려치는 장면에 김치 대신 이 스테이크를 삽입하면, 드라마는 이내 장르가 바뀐다. 액션활극. 성인 남성의 얼굴 넓이에 육박하며 손가락 두 마디 두께는 예사인 이 ‘거인의 고기’는 거의 흉기급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동물의 원형이 절로 떠오른다. 야성의 ‘육식본능’을 자극하는, 아무리 웰던으로 구워도 날것으로서의 느낌을 떨치기 어려운 스테이크 중의 스테이크다.

리우올림픽은 세계 미식계에 서서히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브라질 음식을 맛볼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 지난해 두 곳, 올해 한 곳 이름을 올린 브라질은 리스트 진입이 요원해 보이는 한국에도 서서히 이름을 알리며, ‘무제한 스테이크 리필’의 형태로 육식주의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잔치음식 ‘슈하스코(churrasco)’부터 길거리음식 ‘파스텔(pastel)’까지 혀끝으로 브라질을 만나보자.

팔뚝 만한 각종 고기 꼬치에 굽는

브라질 국민 음식 ‘슈하스코’ 명성

튀김만두 ‘파스텔’ 우리 입맛에 딱

모히토 원형 ‘카이피리냐’도 상쾌

브라질 그릴 바비큐 슈하스코. 구운 고기를 덩어리째 들고 다니며 접시 위에 얇게 잘라준다. 게티이미지뱅크
브라질 그릴 바비큐 슈하스코. 구운 고기를 덩어리째 들고 다니며 접시 위에 얇게 잘라준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민음식 ‘슈하스코‘와 ‘페이조아다‘

브라질 음식의 특징은 간결함과 강렬함이다. 재료와 조리법의 간결함과 향신료의 강렬함이 다양한 역사적 맥락들과 얽히고 설키며 다채로운 식문화를 만들어냈다. 넓은 땅덩어리만큼 지역별 개성도 강해 북쪽 지방 음식은 아마존강 유역의 원주민들 영향을 많이 받았고, 북동부 요리는 브라질로 이주해온 아프리카인들로 인해 아프리카색이 짙다.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 같은 대도시가 있는 남부는 유럽의 영향이 강하다. 현재 세계 미식 트렌드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브라질 음식은 이전의 유럽적 색채가 강한 음식들에서 원주민의 토착 식문화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와 함께 스테이크의 원조인 서구에서도 가르강튀아적인 고기 양으로 혀를 내두르게 하는 남미의 대표적 육식국가다. 이중 브라질은 남미 대륙에서 처음으로 소를 사육한 국가로,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서아프리카의 섬나라 카페베르데에서 1530년대 서아프리카 소를 수입해왔다. 브라질 바비큐인 슈하스코는 남부 지역의 대도시인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로 퍼지기 이전에 이미 가우초(목동)들의 전통음식으로 유명했다. 가축을 방목해 몰고 다니던 가우초들이 양식이 떨어지면 현장에서 직접 잡아 쇠꼬치에 꽂아 구워먹은 데서 유래했다. 브라질 전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슈하스코는 아르헨티나와 함께 육류요리가 발달한 브라질 퀴진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슈하스카리아’라고 불리는 브라질 스테이크 하우스는 카버(carver)라고 불리는 웨이터들이 팔뚝만한 크기의 각종 고기를 꼬치에 구워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얇게 썰어주는 독특한 형식의 전통식당이다. 최상급 소고기부터 돼지, 양, 닭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차콜그릴에 구운 온갖 고기들을 실컷 먹을 수 있다. 불맛과 살맛이 동시에 미뢰를 자극하는 원시적인 맛이다.

거대한 고기의 크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 슈하스코는 혼밥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꼬치에 꿰어 구운 후 칼로 잘라 나눠 먹는 형태로 발달한 단체음식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면 늘 등장하는 브라질 국민음식이다. 생일잔치, 세례식 같은 행사나 가족, 친구들의 모임에도 빠지지 않는다. 비니거와 올리브오일에 오이 등 채소를 넣어 숙성시킨 브라질 김치 비나그레치(vinagrete)와 곁들여 먹는다.

브라질 요리가 고기만 굽는 것은 아니다. 파인애플, 바나나 같은 달콤한 과일도 자주 굽는다. 파인애플에 시나몬 가루와 메이플시럽을 발라 구워내는 아바카시(abacaxi)는 새콤달콤하면서도 알싸한 맛으로 퍽퍽한 고기의 단백질 맛을 중화한다. 바나나는 빵가루로 옷을 입혀 튀기기도 하고, 굽기도 하는데, 브라질리언 프라이드 바나나로 불리는 전자가 더 보편적이다.

슈하스코가 브라질의 대표적 잔치음식이라면 콩 스튜인 ‘페이조아다(feijoada)’는 서민들의 음식이다. 검은콩을 베이스로 돼지의 귀, 혀, 꼬리 등 메인 요리에 사용하고 남은 부속고기들을 넣어 끓인 국물요리다. 과거 브라질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이 주인이 남긴 고기를 먹기 위해 고안해낸 음식이다. 한국의 팥죽과 비슷하게 고소하지만 짠맛이 강한데, 부패를 막기 위해 소금을 잔뜩 친 돼지고기를 사용하던 전통 때문이다. 고기를 물에 담가 소금기를 빼내고 콩을 불리는 데 약 24시간이 걸리는 장시간 조리 음식으로, 대체로 흰밥, 케일, 파로파(만디오카 가루를 버터에 볶아 만든 음식)와 함께 먹는다.

리츠칼튼 서울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더 가든’에서 리우올림픽 기념 ‘언리미티드 브라질리안 BBQ’ 프로모션을 진행 중인 이동현 파트장은 “슈하스코와 페이조아다는 브라질을 대표하는 국민음식들”이라며 “날씨가 더워 해산물보다 육류요리가 발달한 브라질의 맛을 제대로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거리음식 ‘파스텔’과 ‘코싱야’

K푸드를 대표하는 음식이 불고기와 잡채이길 바라는 한국인들의 소망과 달리 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한국음식은 떡볶이와 라면 같은 길거리음식이다. 브라질에서는 대표적 길거리 음식인 ‘파스텔(pastel)’과 ‘코싱야(coxinha)’가 바로 이 떡볶이와 라면에 해당할 듯하다.

리츠칼튼 서울 옥산뷔페의 김용록 계장이 만든 브라질식 튀김만두 파스텔. 고영권 기자youngkoh@hankookilbo.com
리츠칼튼 서울 옥산뷔페의 김용록 계장이 만든 브라질식 튀김만두 파스텔. 고영권 기자youngkoh@hankookilbo.com

브라질식 튀김만두인 파스텔은 직사각형이나 반원 모양의 만두피에 소고기 다짐육, 모차렐라 치즈, 큐민 등을 섞어 넣는다. 중국집 튀김만두에 남미의 향이 가미된 듯한 맛으로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편이다. 브라질 국민간식으로 불리는 파스텔은 일본 이민자들이 중국식 튀김만두를 주말장터에 간식으로 내다 판 데서 유래됐다는 게 유력한 가설.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그네들 만두인 칼조네를 원본으로 주장하기도 하지만, 현재 브라질에서 파스텔을 만들어 파는 가게들을 대부분 일본인이나 중국인들이 운영한다는 점에서 전자가 더 설득력 있다.

리츠칼튼 서울 옥산뷔페의 브라질식 고로케 코싱야. 고영권 기자youngkoh@hankookilbo.com
리츠칼튼 서울 옥산뷔페의 브라질식 고로케 코싱야. 고영권 기자youngkoh@hankookilbo.com

닭고기와 크림치즈를 넣은 튀김요리 코싱야는 만두보다는 일본식 고로케에 가깝다. 포르투갈어로 코싱야는 닭다리를 뜻하는데, 재료로 닭이 사용될 뿐 아니라 요리의 비주얼 자체가 닭다리 모양이라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닭다리 모양을 빚어내야 해 손이 제법 가는 음식이다. 닭고기 외에도 돼지고기, 새우, 대구살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된다.

리츠칼튼 서울 옥산뷔페의 호텔 브라질 생선 스튜 무케카. 고영권 기자youngkoh@hankookilbo.com
리츠칼튼 서울 옥산뷔페의 호텔 브라질 생선 스튜 무케카. 고영권 기자youngkoh@hankookilbo.com

찬란한 육류요리의 그늘에 결코 가려지지 않는 브라질 해산물 요리로 ‘무케카(moqueca)’가 있다. 다진 토마토에 코코넛밀크를 섞어 만든 생선스튜로 토마토소스의 해산물 파스타와 커리의 중간쯤에서 만나는 맛이다. 흰살생선을 주재료로 해 새우 등 해산물을 가미하고 코리앤더(고수)로 향을 내며 흰쌀밥에 비벼 먹는다.

브라질 국민칵테일 카이피리냐. 게티이미지뱅크
브라질 국민칵테일 카이피리냐. 게티이미지뱅크

음식기행에 술이 빠질 수 없다. 국내 칵테일바 붐에 힘입어 이미 눈에 익은 브라질 국민 칵테일 ‘카이피리냐(caipirinha)’. 브라질산 사탕수수로 만든 증류주 카샤사를 베이스로 라임과 설탕을 넣어 만든다. 전세계적으로 흥행 대박을 터뜨린 건 모히토지만, 카이피리냐는 이 흥행작의 원전 같은 칵테일이다. 모히토가 소다수로 희석되는 것과 달리 카이피리냐는 술에 아무것도 넣지 않은 채 라임 조각 몇 개를 으깨 낸 즙과 설탕시럽만 넣는다. 시골아가씨를 뜻하는 카이피리냐 한 잔이면, 칙칙함은 어느새 청량함으로 뒤바뀌고, 한 골쯤 먹어도 도리어 위안의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아량이 샘솟는다. 올림픽은 어쨌거나 흥겹고, 여름은 상쾌하게 부서진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브라질 음식 먹을 수 있는 곳

리츠칼튼 서울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더 가든’은 리우 올림픽을 맞아 21일까지 언리미티드 브라질리안 BBQ를 한정 판매한다. 슈하스코와 페이조아다뿐 아니라 랍스터 샐러드, 양갈비와 왕새우, 초콜릿 케이크가 코스 요리로 제공되며, 메인 메뉴인 슈하스코와 양갈비, 왕새우는 무제한 즐길 수 있다. 가격은 8만5,000원이며, 3만9,000원을 추가하면 와인과 맥주가 무제한이다. 옥산뷔페에서는 기존 뷔페 메뉴에 파스텔, 코싱야, 무케카 같은 다채로운 브라질 메뉴가 추가 제공된다. 주말에만 운영하는 점심은 7만5,000원, 평일 및 주말 저녁은 7만9,000원.

지난해 서울 반포 센트럴시티에 문을 연 브라질리언 정통 스테이크 하우스 ‘텍사스 데 브라질’에서는 카버가 돌아다니며 직접 썰어주는 정통 슈하스코를 맛볼 수 있다. 최고의 등심 부위인 삐까냐(Picanha), 필레미뇽(Filet Mignon) 등 소고기뿐 아니라 양고기, 닭가슴살, 폭립 등 평소 만나보기 어려운 15가지 다양한 부위의 스테이크가 무제한 제공된다. 샐러드바에는 50여 가지 신선한 계절 채소로 이루어진 샐러드와 다양한 브라질식 애피타이저가 준비돼 있다. 평일 점심 3만2,000원, 평일 저녁 및 주말 5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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