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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기간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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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기간제법

입력
2015.12.1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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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한을 2년으로 정하고 있고, 2년을 초과해 근로하는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한다. 2007년 입법 이후 줄곧 그 효과와 영향에 대해 논란이 이어져 왔으나 문제의 본질, 원인 그리고 해법 등을 둘러싼 대립은 여전하다.

견해의 다툼이 심하지만 기간제 근로자의 규모가 증가했다는 점, 기간제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에도 고용불안이 지속된다는 점 등에 대해서는 노사정이 대체로 동의한다. 요컨대, 기간제 근로가 정규직으로 가기 위한 ‘가교’라기보다는 빠져 나오기 힘든 ‘늪’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함정에 진입하는 근로자가 점점 늘어간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현황에는 동의하지만 문제와 해법 인식에 있어 노사정간 거리는 만만치 않다. 노동계는 기간제 근로를 정규직 전환이 전제된 예외적 상태로 가정하는 반면, 경영계와 정부는 불가피한 고용관행이자 합리적 선택으로 간주한다. 그러다 보니 노동계는 줄이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는 반면, 경영계와 정부는 제약을 완화하는 방향에서 답을 찾는다. 문제는 각자가 제시하는 해법으로 의도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느냐 여부다.

기간제 근로를 줄이기 위해 노동계는 사용 사유를 제한하고, 상시지속 업무에 정규직 고용을 의무화하자고 주장한다. 해법의 의의는 인정되지만 상시지속 업무를 선험적으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점이 고민이고,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경우 현재 340만 명에 이르는 기간제 근로자들의 고용이 불안해 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일자리의 절대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반면, 경영계는 기간 제한을 없애 사용을 자유화하자고 주장한다. 정부도 사용 기간의 완화를 제안하지만, 정규직 취업 가능성이 낮은 중년 근로자들에 한해 본인 신청을 조건으로 2년 범위에서 추가 연장을 허용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영계 주장이 허용되면 정규직 일자리의 상당수가 기간제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고, 정부의 해법으로도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이 완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기간제법과 관련해 노사정이 제3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 공유가 전제되어야 한다.

우선 기간제 근로의 활용이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여러 가지 문제와 결부되어 있지만 우리 노동시장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일부는 존재할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점도 인정되어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라면 노사정위 전문가그룹 공익위원들이 제안한 대로 근로자의 의사를 물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 사용 기간을 조정하는 방안도 모색할 여지가 있다. 근로자의 신청에 더해 사업장별로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서면 합의하도록 하는 경우 사용자 강압으로 당사자 의사가 왜곡될 가능성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고려할 수단이다.

다음은, 기간제 근로가 정규직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기간제 일자리의 질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고용이 불안하다 하더라도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면 현재의 낮은 임금 수준이나 근로 조건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간제 근로기간 동안 다양한 교육 훈련 및 직무 수행의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며, 숙련 향상을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직무 경험이 없는 사람에 비해 정규직 채용 가능성이 높아야 기간제 근로가 가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간제 근로자 사용을 줄이기 위한 수단도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이면서 부작용이 덜 한 방법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간제 근로자를 줄이고 정규직을 늘리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임금 및 인사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 현재의 경직된 임금체계와 장시간 노동 시스템으로는 기간제 사용의 유혹을 억제하기 어렵다. 직무와 역할이 임금과 연계되고,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급 여력이 커져야 정규직 일자리의 확대재생산이 가능하다.

이상의 제안 외에도 다양한 방법들이 논의되어야 하고, 이에 기반해 사회적 공감이 형성되어야 제도 개선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논의 과정을 배제한 채 ‘그들만의 해법’을 일방적으로 제시했다. 여당이 정치를 포기한 셈인데 이해할 수 없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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