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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난품 의심 '팔만대장경 내전수함음소' 보물지정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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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난품 의심 '팔만대장경 내전수함음소' 보물지정 미스터리

입력
2014.08.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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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일스님 측 실물 보지도 않고 신원미상 개인으로부터 거액에 구입

문화재청, 출처 안 따지고 "진품 맞다" 전문가 "문화재 절도를 용인한 셈"

팔만대장경 '내전수함음소' 권490 목판
팔만대장경 '내전수함음소' 권490 목판

팔만대장경의 일부인 ‘내전수함음소(內典隨函音疏)’가 지난해 7월 보물로 지정된 과정을 두고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 수십년 전 해인사에서 사라졌다가 갑자기 개인 소유라며 등장해 도난품으로 의심되는데다 구입 과정도 의혹투성이인데도 문화재청이 제대로 검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전수함음소는 대승불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여섯 가지 실천덕목 ‘육바라밀다’를 설명한 경전에 주석을 단 것. 팔만대장경 제작 9년째인 1245년(고려 고종 32년) 길이 77.3㎝, 폭 24㎝, 두께 3.1㎝ 크기 목판 두 장에 새겨졌다.

문제는 문화재청이 출처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보물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보물 지정 당시 해인사 관음암이 문화재청에 제출한 서류를 보면 2008년 청주 고인쇄박물관이 내전수함음소를 팔아달라는 개인의 의뢰를 받아 해인사 박물관에 다리를 놓았고, 해인사 박물관은 예산이 부족해 해인사 관음암 명의로 문화재를 사들였다는 게 전부다. 내전수함음소를 매물로 내놓은 개인의 신원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내전수함음소는 해인사 보관 중 도난당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해인사는 보물 지정 전인 2012년 12월 문화재청에 ‘도난품일 수 있으니 유통경로를 확인해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동산(動産)문화재의 국가문화재 지정 시 문화재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입수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선화 현 문화재청장 등이 소속된 당시 문화재청 동산문화재분과 위원들은 판매를 의뢰한 개인이 누구인지, 이 사람이 내전수함음소를 어떻게 구했는지 등을 파악하지 않고 보물로 지정했다. 진품이 맞고 대장경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는 이유만 밝혔을 뿐이다.

내전수함음소 구입과정도 석연치 않다. 다른 스님들에게 빌린 돈과 자비를 합쳐 해인사 관음암 명의로 이 문화재를 샀다는 혜일스님(대한불교조계종 문화부장)은 당시 물건을 보지 않아 진품인지 가품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5,000만원 이상을 지불했다. 혜일스님은 “나중에 진품임이 밝혀지면 억울할 것 같아 구매하게 됐다. 누구에게 정확하게 얼마를 주고 산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문화재청이 출처도 따지지 않고 보물로 지정해 범죄를 방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문화재를 훔쳐 수십년 후 종교단체에 판매해 세탁하는 게 문화재 전문 절도범들의 수법인데,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것은 문화재청이 절도를 용인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를 갖고 있으면 국고보조금 등이 지원되는 점을 해인사 관음암이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현재로서는 유출 경위를 확인하기 어렵고, 진품이 돌아온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8월말 시작하는 국정감사에서 내전수함음소의 보물 지정과정 등 의혹을 문화재청에 집중 질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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