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주택도 세계유산도 와르르… 비명ㆍ눈물ㆍ공포의 카트만두

알림

주택도 세계유산도 와르르… 비명ㆍ눈물ㆍ공포의 카트만두

입력
2015.04.26 20:00
0 0

도로 갈라지고 교량 두 동강… 가족 잃은 슬픔에 하염없이 눈물

여진 탓 광장에 모여 밤샘 노숙, "사람들 얼마나 갇혀 있는지 몰라"

26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 인근에서 지진으로 희생된 사망자의 시신을 화장하는 가운데 가족들이 서로를 붙들며 오열하고 있다. 카트만두=AP 연합뉴스
26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 인근에서 지진으로 희생된 사망자의 시신을 화장하는 가운데 가족들이 서로를 붙들며 오열하고 있다. 카트만두=AP 연합뉴스

25일 규모 7.8의 강진이 엄습한 네팔 수도 카트만두는 혼돈과 절망 속에서 필사적으로 생존자 구조 작업에 나서고 있다. 카트만두 일대에서는 26일 규모 6.7의 여진이 발생하는 등 이틀째 크고 작은 여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어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APㆍAFP통신 등 외신들은 지진 발생 후 250만명이 거주하는 카트만두 일대가 건물 붕괴 등으로 순식간에 폐허로 변한 참혹한 모습을 보도했다. 카트만두 주민들과 관광객들 역시 지진으로 파괴된 도시의 모습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피해 참상을 시시각각 전하고 있다.

주말이었던 토요일 정오 무렵(현지시간 11시55분) 강진이 발생하자 건물 상당수가 폭탄공격을 받은 듯 힘없이 무너져 내렸으며, 도로가 갈라지고 교량이 두 동강 났다. 특히 상당수 주민들이 허술하게 지어진 밀집된 주택가에 살고 있어 피해가 컸다.

강진이 멎은 카트만두의 거리는 붕괴된 건물 잔해와 시신들, 건물 밖으로 쏟아져 나온 부상자와 대피하려는 주민들이 서로 얽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무너진 건물 파편에 맞아 상처를 입은 주민들이 피를 흘리며 도로를 맴돌았고 가족과 지인을 잃은 사람들은 길거리에 서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후 강한 여진이 그치지 않고 발생할 때마다 주민들은 공포에 휩싸여 비명을 질렀다.

카트만두의 병원들이 부상자들로 넘쳐나 상당수 환자들이 길거리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카트만두 거리 일대는 야외 병동으로 변했다. 로이터통신은 카트만두에 있는 노빅 국제병원의 주차장이 임시 병동으로 변해 얇은 매트리스가 깔린 주차장에 수십 명의 환자가 들어찼다고 보도했다. 이번 지진 희생자들의 시신 수십 구가 병원 영안실에 안치되는 대신 천에 덮인 상태로 병원 입구에 일렬로 놓여지기도 했다. 저널리스트 시와니 네패니는 자신의 트위터에 “경찰이 사방에서 구급차가 지나갈 도로를 확보하기 위해 잔해를 치우고 있다. 모두가 겁에 질려있다”며 혼란에 빠진 카트만두의 모습을 전했다.

주민들은 강한 여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소식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거리에서 밤을 새웠다. 수십, 수백 명의 주민들이 주변에 건물이 없는 탁 트인 광장에 모여 밤새 비를 맞으며 버티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도시의 상당 부분이 파괴됨에 따라 많은 주민들은 전기와 물, 식량 없이 야외에서 밤을 지샜다. 임시 텐트에 피난처를 마련한 주민 브라빔 쿠마는 자신의 트위터에 “점점 밖은 어두워지고 있지만 전기도 물도 공급되지 않고 있다. 아이들과 노인들에게 특히 힘든 시간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일부 주민은 가족과 함께 차 안에서 새우잠을 자며 FM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지진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전기와 수도가 끊기면서 유엔은 약 660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강진은 네팔의 문화유적도 무참히 파괴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카트만두의 ‘랜드마크’ 빔센(다라하라) 타워도 무너졌다. 1832년 네팔의 첫 총리가 세운 빔센 타워는 한때 네팔 왕이 즉위식을 거행하던 장소로 카트만두의 중요 문화재이자 가장 큰 관광지이다. 200개의 나선형 계단을 따라 힌두교의 신(神) 시바의 제단으로 이어지는 9층 62m짜리 하얀 탑은 이번 지진으로 순식간에 무너져 주춧돌만 남았다.

빔센 타워는 8층에 시내를 내려다보는 전망대가 있어 많은 관광객이 몰렸기에 이곳에서만 무려 180여명이 매몰돼 사망했다. 붕괴 직후 구조대와 시민들은 맨손으로 벽돌과 잔해를 치우며 시신과 생존자를 파냈다. AFP에 따르면 카트만두 경찰은 “우리는 여전히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다라하라에 투입되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갇혀있는지는 여전히 모른다”고 밝혔다. 카트만두에서 지진을 겪은 ABC뉴스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지진이 발생하기 직전과 직후의 파탄 두르바르 광장을 찍은 사진을 올리며 “지진이 한 시간 만에 내 눈앞에서 사원을 붕괴시켰다”고 썼다.

뉴욕타임스는 빔센 타워 외에도 사원들이 소라껍데기 모양으로 모여 있는 박타푸르 두르바르 광장, 3세기에 지어진 파탄 두르바르 광장, 19세기까지 네팔 왕가가 살았던 바산타푸르 두르바르 광장, 히말라야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유적 중 하나인 보다나트 스투파 등 카트만두 인근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7곳 중 4곳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보도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