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사업에 투입되는 비용은 국민 세금이다. 때문에 정부는 공공사업 발주 시 최저입찰가를 제시한 기업에 공사를 맡기는 게 원칙이다. 공사 참여 희망 기업들이 사전에 입찰가를 담합하면 국민 세금도 그만큼 축나게 된다. 이 같은 행위를 감시하고 적발해서 기업이 취한 부당이득을 회수하고 관련 기업과 직원들이 법의 처벌을 받도록 하는 기관이 공정거래위원회다.
그런 공정위가 SK건설의 1,000억원대 정부 발주공사 담합 행위를 적발하고도 고발하지 않다가 조달청의 요청을 받고 뒤늦게 검찰에 고발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위는 3월에도 1,000억원대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에서 SK건설의 담합 행위를 밝혀내고도 고발하지 않았다가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 행사로 관련자들을 고발한 적이 있다. 2012년에는 4대강 사업 1차 입찰 과정에 담합을 한 건설업체들을 고발하지 않아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담합 부당내부거래 등 대기업집단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제재해야 할 공정위가 계속 적발 기업을 감싸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경제 검찰’이라는 수식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공정위는 “위원들이 행정처분 외에 추가 형사처벌이 필요한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공정위가 고발 권한을 행사하지 않다가 검찰총장 요청으로 마지 못해 고발한 기업과 임직원은 법원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이번에 적발된 행위도 검찰 수사로 혐의가 확인되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검찰이나 조달청이 왜 고발을 요청했는지 묻고 싶다”니, 국가기관이 불법을 묵인하고 방조하라는 이야기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과징금 부과로 처벌이 충분하다고 보았다는 공정위 입장은 같은 기업에서 담합 행위가 계속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오히려 공정위가 권한을 제대로 행사해 국민 세금을 축내는 행위를 엄정히 처리하지 않고 솜방망이 처벌로 대응하니 담합이 끊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 효과를 높게 평가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저런 사유를 붙여 감면해주는 일이 다반사다.
정부가 입찰 담합 근절 대책을 여러 차례 내놓았는데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데는 공정위가 담합 사건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제대로 인식해 법이 부여한 권한을 엄격하게 행사하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이다. 법과 제도가 있어도 집행 기관의 의지가 약하면 불법ㆍ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기 마련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 호전되려면 시장경제 질서가 바로 서야 한다. 공정위는 시장경제를 좀먹는 담합 행위 근절의 의지를 곧추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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