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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나이 78세… 꽃할매들 일하니 삶과 마을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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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나이 78세… 꽃할매들 일하니 삶과 마을 활기”

입력
2017.11.05 16:15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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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 구성마을 ‘할매 묵공장’

올해 마을기업 행안부 장관상

“100% 국산 재료로 만들어

입소문 타면서 주문 꾸준히 증가”

경북 영주 구성마을 ‘할매묵공장’의 권분자(오른쪽 첫째) 대표 등 할머니들이 손수 만든 두부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있다.
경북 영주 구성마을 ‘할매묵공장’의 권분자(오른쪽 첫째) 대표 등 할머니들이 손수 만든 두부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있다.

“큰 돈벌이야 아니지만 출근해서 즐겁게 일하니 건강에 좋고 손주들에게 용돈도 줄 수 있어 행복하니더.”

경북 영주시 영주동 구성마을 할머니 16명이 2013년부터 4년째 묵과 두부를 만들어 파는 ‘할매 묵공장’은 활력이 넘쳤다. 평균 나이 78세인 할머니들이 운영 중인 이 사회적 협동조합은 최근 ‘2017 마을기업 박람회 및 공동체 한마당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인 행정안전부 장관상까지 받았다.

할머니들은 모두 어엿한 조합이사로 등록돼 조합 운영도 함께하고 이익도 나눈다. 일반 조합들과 다른 점은 최고령 조합원(86세)보다 20년 가까이 어린 막내 조합원 권분자(67) 할머니가 ‘할매 묵공장’ 대표라는 점이다. 말이 대표지 조합 관련 행정업무 등 잡일 당번이다.

할머니들이 묵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14년 5월이다. 영주시가 수해민 무허가 정착촌인 구성마을을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하면서 할머니들에게 묵 공장을 권유했다. 191가구에 500여명이 살고 있는 구성마을 묵공장은 영주시 도시재생선도사업 1호점이다.

권 대표는 “예전에는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화투를 치거나 할 일 없이 하루를 보냈는데 묵공장이 생기고부터는 어엿한 직장인으로 활기 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권 대표 집에서 묵과 두부를 만들었지만, 수요가 점차 늘면서 올 3월 대지 424㎡, 건축면적 122㎡의 번듯한 창고형 공장으로 옮겼다.

공장에서는 5~8명의 할머니들이 한 조로 일한다. 맷돌에 갈아 만든 메밀가루를 솥에 부어 주걱으로 저어가며 끓이고 뜸을 들여 냉장고에 식힌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진공포장하고 상표를 붙이면 먹음직스런 묵이 탄생한다.

권 대표는 “순수하게 영주에서 나는 콩과 100% 국산 메밀에 첨가물 없이 두부, 묵을 만들어 구수하고 깊은 맛을 낸다”며 “재료 값이 비싸 수익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판매가는 두부 한 모에 3,500원, 묵 5,000원이다.

구성마을 할매 두부와 메밀묵이 입소문을 타면서 주문이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달에는 풍기인삼축제장에서 부스를 얻어 판매했다”는 할머니들은 “최근 행사가 많아 1,0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고 싱글벙글했다. 수당은 10만원에 불과했지만 할머니들에게는 거금이었다.

묵공장은 이제 수익금의 10%를 매달 적립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쓸 정도로 안정 궤도를 달리고 있다.

자극받은 동네 할아버지들도

목공소 만들어 마을 재생 선도

할머니들에 자극받은 동네 할아버지들도 움직이고 나섰다. 지난 3월 할아버지 8명이 인근에 ‘할배목공소’라는 간판을 내걸고 헌 집도 수리하고 목공예품도 만들며 주특기를 살리고 있다. 아직 할머니들 명성을 따라가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할아버지들 열정 또한 만만치 않다.

할매 묵공장과 할배 목공소가 구성마을의 간판 브랜드로 떠오르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권 대표는 “할매 묵공장이 아직 부족한 면이 있지만 신토불이 재료로 제품의 맛과 품질은 보증한다”며 “앞으로 전통음식을 만드는 사업을 확대해 며느리와 딸들에게 물려 주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영주=글ㆍ사진 이용호 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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