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임대소득에 대한 세금 적고 세액공제 전환 현행 세법도 문제
우리나라 소득세제의 또다른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허술한 고소득자 과세망이다. 공제나 비과세 제도가 고소득층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는 것은 물론이고 양도소득, 임대소득 등 부유층의 재테크 수단에 대한 과세가 느슨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국세청 국세통계연보(2010년)를 토대로 근로소득별 소득공제 규모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상위 20%는 전체 소득공제액의 32.93%를 차지한 반면 하위 20%의 비중은 10.02%에 그쳤다. 공제액의 항목별 비율을 비교하면 소득 상위 20%는 의료비(8.5%), 교육비(22.5%), 주택자금(6.0%), 기부금(11.0%), 연금저축(7.1%) 등에서 하위 20%를 크게 앞섰다. 삶의 질 향상이나 노후 대비를 위해 여유자금을 적극 쓰면서도 지출액의 상당 부분을 소득공제를 통해 돌려받는 셈이다. 하위 20% 계층의 경우 의료비 공제액 비중은 4.8%, 교육비는 13.4%, 주택자금은 1.5%에 불과했다.
고소득자에 유리한 공제구조는 소득공제 항목을 대거 세액공제로 전환한 현행 세법에도 온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운오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소득세의 누진성을 높이는 정공법을 놔두고 소득불평등 해소를 명분 삼아 세액공제 중심 세제로 전환한 것은 반쪽 짜리 효과를 낼 수밖에 없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가 교육비와 연금저축을 대상으로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 효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소득층 세금은 다소 늘어났지만 중간계층 세액이 저소득층보다 오히려 더 감소해 형평성 개선에 한계를 보였다.
금융상품에 비과세 혜택이 대거 부여돼 고소득 자산가들에 이득이 집중되는 것도 현행 소득세제의 맹점이다. 소액주주의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소액주주 요건이 지분율 2% 또는 시가총액 50억원 미만이다보니 경우에 따라 수십억원대 주식부자도 면세 혜택을 받는 셈이다. 2,000만원 이상이면 종합소득세 부과 대상이 되는 이자ㆍ배당소득의 경우도 예금 금리가 연 2%라고 가정한다면 통장에 10억원 넘게 보유한 예금주라야 비로소 과세 대상이 된다. 2013년 기준으로 저축상품에 부여된 비과세 감면 규모는 1조7,754억원에 달한다.
주식이나 예금 외에도 고소득자의 ‘피난처’가 될 만한 세제 혜택 상품은 상당히 많다. 저축성보험은 5년 이상 월납, 10년 이상 유지 조건을 충족하면 보험료 규모와 관계 없이 비과세다. 보험료를 한 번에 납부하고 곧바로 연금을 수령하는 즉시연금 역시 보험료 2억원 이하(10년 유지 조건)는 비과세다보니 자산가들의 단골 절세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부동산투자펀드, 선박투자펀드, 해외자원개발펀드 등은 투자금액과 무관하게 분리과세 대상이다. 배당소득이 종합소득에 합산되지 않아 누진세율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임대사업소득은 행정력 부재로 조성된 과세 사각지대다. 종합소득 과세대상이지만 정부가 세원을 파악할 엄두를 못내다 보니 소득 축소 신고가 성행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최근 연 소득규모(1억2,000만원), 부양가족 상황 등이 동일한 주택임대사업자와 근로소득자의 소득세 납부액을 실제로 비교한 결과 근로자 납부세액이 임대사업자보다 1,208만원 많았다고 밝혔다. 연맹 관계자는 “임대사업자 인터뷰 결과 간이과세자(연소득 4,800만원 이하)로 소득신고를 하면 국세청의 검증대상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 그보다 조금 많은 5,000만원을 소득으로 신고했으며 이런 관행은 보편적”이라고 밝혔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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