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받으셨나” 술렁대다 희비
중진 친노ㆍ주류 절반 이상 포함
유인태ㆍ백군기만 “수용하겠다”
추가 탈당 여부ㆍ2차 물갈이 촉각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24일 더불어민주당은 하루 종일 술렁였다. 국회에서 마주친 의원들은 인사 대신 “전화 받으셨냐”며 서로 ‘하위 20% 컷오프(공천배제)’에 포함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이날 마침내 탈락대상자 명단이 공개되자 당내에서는 전운까지 감지됐다.
더민주가 이날 통보한 공천배제 대상자에는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중진을 비롯해 소위 친노(친노무현)주류의원이 절반이상 포함됐다. 문재인 전 대표 체제가 만든 혁신위원회 시스템 공천의 칼 끝이 다른 누구도 아닌 친노 세력을 향함으로써 향후 이어질 현역 물갈이의 명분을 쌓는 동시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체제의 인적 쇄신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했다는 평가다.
이번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평가기준은 지역구 의원의 경우 의정활동ㆍ공약이행 35%, 선거기여도 10%, 지역활동 10%, 다면평가 10%, 여론조사 35%였다.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의정활동 평가 70%에 다면평가 30%로만 이뤄졌다. 이 중 의원들이 서로에 대해 점수를 주는 ‘다면평가’와 ‘여론조사’가 최종 당락을 좌우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비리혐의로 재판 중이거나 ‘갑질 논란’과 막말 등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의원들이 다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문희상 의원은 처남의 취업청탁 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았고 신계륜 의원은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입법로비 의혹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노영민 의원은 의원회관 사무실에 카드 단말기를 설치에 자신의 시집을 유관기관에 강매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김현 의원 역시 1심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대리기사 폭행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다.
1차 컷오프 소식을 접한 더민주는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현재까지 당의 컷오프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의원은 유인태ㆍ백군기 의원 둘 뿐이다. 백군기 의원은 “그 동안 국가에 봉사할 수 있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 문희상 의원은 통보를 받은 뒤 주변 인사들에게 “당을 위해서라면 다 던질 수 있고 죽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를 준비해왔던 전정희 김현 의원은 이의신청을 할 예정이다. 신계륜 임수경 의원은 수용 여부를 논의 중이고, 송호창 홍의락 의원은 휴대폰 전원을 꺼놓은 채 거취고심에 들어갔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더민주의 ‘공천학살’은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실제로 컷오프 대상이 아닌 의원들을 대상으로도 이번 주말부터 ‘2차 물갈이’작업이 예정돼 있다. 당은 3선 이상 하위 50%와 재선 이하 하위 30%를 적합도, 가상도, 재출마 지지도 등을 고려해 정밀 심사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날 이뤄진 더민주의 1차 물갈이에서 ‘도덕성’이 절대적인 기준으로 떠오르며 향후 공천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 중진의원은 “당에서 현역의원을 마치 죄인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억울해 했다.
이에 따라 더민주 컷오프 대상자 중 지역구 의원 6명이 탈당을 하거나 국민의당에 합류할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계파패권 희생양으로 판단되면 (더민주 탈당자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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