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어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정문에 가(假)서명했다. 이날 이뤄진 가서명은 양국의 영문 협정문에 대한 법률검토 작업이 완료됐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양국은 올 상반기 중 정식 서명을 추진하고 국회 비준을 거쳐 조속한 시일 내에 협정을 발효하기로 했다. 양국은 지난해 11월10일 협상 타결 선언 이후 기술협의와 법률 검토를 거쳐 개성공단 관련 조항과 서비스 투자 후속협상 가이드라인에 대한 내용들을 좀 더 구체화했다. 새로운 내용은 개성공단 제품을 포함한 총 310개 품목에 대해 원산지 지위를 부여해 특혜 관세의 혜택을 주는 것을 비롯, 상하이 투자자유지역(FTZ) 내 한국 건설업체의 수주 허용, 중국 내 한국 관광회사의 모객영업 허용 등이다.
협정이 발효되면 중국은 품목 수 기준 91%(수입액 기준 85%), 우리는 92%(수입액 기준 91%)에 해당하는 품목의 관세를 최장 20년 내에 철폐한다. 이는 3년 안에 90% 이상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한미 FTA나 한ㆍ유럽연합(EU) FTA와 비교할 때 개방 수준이 현저히 낮다.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된 품목이 많기 때문이다. 또 한중 FTA는 매년 단계적으로 관세를 낮추는 방식으로 발효일에 1년 차 관세 인하가 적용되고 다음해에 2년 차 인하가 단행되기 때문에 충격이 비교적 덜한 편이다.
쌀은 아예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고추, 마늘, 쇠고기, 돼지고기, 사과, 감귤, 배 등 국내 농축산물의 3분의 1 수준인 548개 품목과 오징어, 멸치, 갈치 등 20대 수산품목은 전혀 손을 댈 수 없게 했다.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에서 상당부분 양보하는 대신 농수산업계의 피해를 줄이는 데 역점을 둔 결과다. FTA로 수출 중소기업들은 급속히 성장하는 중국의 내수시장 공략이 쉬워졌다. 반면 생활용품, 섬유 및 패션, 가공식품 등 내수형 중소기업은 아무래도 피해를 입게 되고, 비록 선방했어도 농수산업 분야 또한 어느 정도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다.
이처럼 FTA는 양날의 칼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특히 중국은 세계의 경제패권을 노리는 나라다. 자본력이나 기술력, 인구, 지리적 인접성 등을 감안할 때 낮은 수준의 FTA만으로도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정부가 기대하는 대로 한중 FTA를 통해 한국 경제 재도약의 동력을 얻으려면 산업 전 분야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키워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기회는 거꾸로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정부가 우리 수출기업들이 중국 내수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도록 정교한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피해업계의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뒷받침해야 함은 가장 기본적인 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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