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8일(현지시간)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북한 유일의 항공사인 고려항공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 군부 소속인 고려항공이 대량살상무기(WMD)와 해외 불법자금 등의 운반 통로로 기능해온 만큼 북한 정권에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대니얼 프리드 미 국무부 제재담당 조정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 청문회에서 “우리와 동맹국들이 북한 고려항공의 (영업)활동을 축소하고 능력을 제한한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는 북한 체제에서 고려항공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3세계 국가들이 취항을 제한했다”고 설명한 뒤 “공개된 청문회에서 조사 문제를 언급하고 싶지 않다”며 더 이상의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고려항공이 북한의 유일 민영항공사이지만 실제로는 북한 공군에 소속돼 있어 WMD의 수출ㆍ수입과 핵ㆍ미사일 부품 수입, 해외진출 노동자들의 임금수입, 해외공관에서 확보한 불법자금, 북한 권력층의 사치품 등을 운반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미국 주도의 유엔 북한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은 2014년 연례보고서에서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ㆍ승무원은 북한 공군 소속으로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에 대한 재정ㆍ기술 지원은 무기금수에 저촉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고려항공은 러시아에서 구입한 TU-204, IL-96, AN-148 등 60여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안전 문제 등으로 실제 투입 가능한 여객기는 10대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공식 취항지는 중국 베이징ㆍ상하이ㆍ선양,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4곳이며, 쿠웨이트와 중국 칭다오ㆍ지난 등에 부정기 전세기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 항공서비스 조사기관 스카이트랙스로부터 5년 연속 세계 최악의 항공사로 선정됐다. 지난 7월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던 항공기가 화재로 선양에 긴급착륙하기도 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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