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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스터디… 고시판 ‘학벌 카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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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스터디… 고시판 ‘학벌 카르텔’

입력
2017.10.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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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등 출신학교 따지며

특정대 끼리만 뭉쳐 정보 공유

재학생 아이디 돈주고 사기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행정고시(재경직)에 합격한 서울대 졸업생 김모(25)씨는 1년 반 동안 서울대 출신만으로 공부모임(스터디)을 꾸려 시험을 준비했다. 출제 경향이나 답안 작성 요령을 공유하고, 앞서 합격한 동문 선배들로부터 조언을 받는 등 스터디 덕을 톡톡히 봤다. 전국 고시생이 몰려드는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에 있으면서도 다른 대학 학생들에게는 눈길 한 번 돌리지 않았다. 김씨는 “실력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데다 같이 공부하는 사람이 누군지 한 다리 건너면 다 알 수 있어 서울대 출신들을 고집했다”고 털어놨다.

고시와 회계사, 각종 자격증 시험 준비생 사이에 ‘학벌 카르텔’이 성행하고 있다. 이른바 스카이(SKY)라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같은 특정 대학 출신들이 함께 공부하고 시험 관련 정보도 나누는 스터디를 꾸리면서 끼리끼리만 뭉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소외된 다른 대학 학생들은 “결국 용 난 데서 용 나는 것 아니겠냐”고 푸념한다.

출신 대학을 따지고 끼리끼리 뭉치는 이유로 “검증된 사람과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이 첫손에 꼽힌다. 심리적 안정감을 들기도 한다. 1년 넘게 행정고시를 준비했던 고려대 재학생 이모(23)씨는 “누구랑 공부를 하는지도 중요한데 아무래도 아는 사람과 하면 안심이 된다”고 했다. 실력은 물론 ‘신원’을 보장받기 위해 출신 학교를 따진다는 얘기다.

진입장벽에 막힌 이들은 박탈감과 불안감을 털어놓는다. 특히 지방대 출신 학생들은 ‘그들끼리만 공유하는 고급 정보’에 신경이 곤두선다. 행여 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스터디 문을 두드려보지만 대부분 거절 당하기 일쑤. 서울대 등 일부 대학 출신이 준비생의 다수를 차지하는 탓에 막상 같은 대학 출신을 찾는 것도 만만치 않다.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대학생 윤모(23)씨는 “서울대 친구들을 보면 선후배 합격자들이 직접 정리한 2차 시험 답안 예시, 면접 대응 요령 같은 알짜 자료를 가지고 공부를 하더라”라며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이런 탓에 특정 대학 재학생 아이디를 돈 주고 사는 일도 벌어진다. 스터디 모집 글이 주로 올라오는 학교 내부 커뮤니티 사이트에 ‘잠입’하기 위해서다.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생 권상원(27)씨는 “‘고파스’(고려대 커뮤니티)에서 스터디를 구해 갔더니 다른 대학 학생들이 있어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면서 “돈을 주고 재학생 아이디를 샀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들만이 공유하는’ 모의고사 시험지나 합격 수기도 암암리에 거래된다. 시험 출제나 채점에 참여하는 교수가 특정 대학에서 진행한 특강 자료를 다른 대학 학생이 사려면 10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는 김모(23)씨는 “과거 사법고시도 출제 교수가 특정 학교에서 강의한 내용이 비슷하게 시험에 나온 적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불안한 마음에 비싸더라도 일단 구하고 보는 게 현실”이라고 씁쓸해 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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