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광희
논설위원

등록 : 2017.10.11 16:26
수정 : 2017.10.12 10:11

[메아리] 청산과 보복 그리고 두 대통령

등록 : 2017.10.11 16:26
수정 : 2017.10.12 10:11

모든 의혹 부인하는 자유한국당

정치보복 주장은 공감 얻지 못해

주장 입증하려면 증거 내놓아야

최근 단연 주목을 받은 정치인은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여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4선 의원으로서 관록에 어울리는 품위를 보여서도, 정국의 해법을 내놓아서도 아니다.

단 하나, 그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서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부싸움 끝에 목숨을 끊었다고 했는데 이 특이한 주장을 하면서도 근거를 대지 않았다. 그래서 “짐승의 마음으로 하는 소리”(노회찬 의원) 같은 비판은 받았을지언정 넓은 공감은 얻지 못했다. “댓글 정치의 원조는 노무현 정부”라는 또 다른 발언은, 노무현 정부 당시 공무원들이 이름을 밝히고 댓글 형식으로 반론을 붙인 것을 댓글 정치로 몰아간 견강부회다.

그런 만큼 그의 발언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의혹의 물타기용이라는 지적을 받는데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새삼 두 전직 대통령 시대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그 중 국정원과 관련해 보면 노 전 대통령이 원장과 독대하지 않은 사실이 돋보인다. 국정원 정보를 혼자 보고받으며 은밀한 지시를 할 때 생길 부작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작가 유시민은 나아가 대통령이 국정원장 독대를 통해 부처의 업무를 미리 알아차리면 장관들이 대통령만 쳐다봐 자율성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것으로 본다. 당시 국정원 개혁이 얼마나 철저했는지에 이견이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의지만은 분명했다.

이와 달리 이 전 대통령은 독대 보고를 받았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원세훈 전 서울시 부시장이 국정원장이 된 뒤에는 독대가 잦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당시 국정원이 한 일이 요즘 공개되고 있는데 입이 벌어질 정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취소하려는 전대미문의 공작이 압권이다.

공영방송과 관련해서는 노 전 대통령도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언론고문이었던 서동구씨를 KBS 사장으로 임명했다가 노조의 반발에 부닥친 것이다. 이 문제는 서씨의 사표 제출로 일단락됐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정연주 사장은 재임 중 노 전 대통령이 한 번도 자신에게 전화하지 않았다고 훗날 밝혔다. 방송의 독립을 지켜 주었다는 뜻이다.

이 전 대통령 시절에는 측근인 김인규씨와 김재철씨가 각각 KBS와 MBC의 사장이 됐다. 두 사람은 서동구씨와 달리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물러나지 않았으며 이후 두 방송은 지나친 정권 편향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지금 KBS와 MBC가 한 달 넘게 파업 중인데 그 뿌리 또한 여기에 있다. 당시 국정원이 방송사 간부의 성향을 분석하고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최근 제기돼 있다.

두 분야만의 비교가 불공정하다면 민주주의의 확대, 인권의 신장, 남북긴장의 완화, 권력의 분산, 문화의 역동성 그리고 이 전 대통령이 주특기로 자랑한 경제 분야도 다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나간 두 전직 대통령을 비교하는 행위가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민망한 일을 재촉한 것은 정진석 의원과 그가 속한 정당이다.

지금 자유한국당은 이 전 대통령에 향한 모든 의혹을 정치보복이라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대로 정치보복은 결코 안 된다. 현재의 권력이 지나간 권력의 죄를 만들어 내거나 작은 잘못을 부풀려 공격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그러나 경향신문의 설문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는 응답이 77.9%나 나온 것을 보면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다소 공허하다.

정치보복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이 할 일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지금의 적폐청산이 지난 정부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를 내보이면 사람들은 저절로 수긍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반성하고 사과하고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평범한 사람도 과거의 무심한 행동과 발언에 책임을 지는데 하물며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다면 정치보복이라는 말을 방패 삼아 스스로가 빚은 의혹에 무작정 면죄부를 받으려 해서는 안 된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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