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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세모녀 잊었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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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세모녀 잊었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 뒷전

입력
2014.08.0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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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세부안 놓고 힘겨루기 탓 10월 시행 목표 불투명해져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맞춤형' 개별급여로 혜택 다양화한다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찔끔 수혜 등 일각 "복지 사각지대 해소 역부족"

지난 2월 서울시 송파구의 한 단독주택 지하방에 발생한 '세 모녀 동반자살 사건'. 생활고에 찌들린 가족들이 집주인에게 남긴 마지막 쪽지는 대한민국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2월 서울시 송파구의 한 단독주택 지하방에 발생한 '세 모녀 동반자살 사건'. 생활고에 찌들린 가족들이 집주인에게 남긴 마지막 쪽지는 대한민국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기초연금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핵심 복지 정책으로 꼽히는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연내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당초 10월 시행을 목표로 했지만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논란을 거듭하며 국회에 머물러 있는 탓이다. 올해 2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치권은 앞다퉈 관련 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세부안을 두고 힘겨루기만 하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는 가족 등이 있을 경우 기초생활 수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부양 의무자 기준과 관련해 여당은 제도를 유지하되 기준을 완화하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는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법 개정 논의 지연으로 올해 준비한 예산 2,300억원의 집행이 어려워졌다”며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시민단체들은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 도입으로 해소되는 복지 사각지대가 빈곤층의 10%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맞춤형 보장제 급여혜택 다양화 장점

저소득층 보호를 위해 2000년부터 시행된 기초생활보장제는 ‘전부 혹은 전무’의 통합급여방식을 고수했다.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가구는 생계ㆍ주거ㆍ교육 등 7가지 급여를 패키지로 일괄 지원받는다. 하지만 소득이 최저생계비에서 1,000원이라도 높아 수급 대상에서 탈락하면 모든 혜택이 사라져, 오히려 근로 의욕을 꺾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와 여당이 제안한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저생계비 기준을 폐지하고, 중위소득(소득을 높은 차례대로 배열 했을 때 가운데 값)을 기준으로 급여 혜택을 다양화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이 골자다. 복지부는 중위소득의 30% 미만 가구에 생계ㆍ의료ㆍ주거ㆍ교육급여를, 40% 미만 가구는 의료ㆍ주거ㆍ교육급여를, 50%미만 가구에는 교육급여만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급자는 현재 137만명에서 174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급여체계로는 빈곤층에 적정한 급여를 보장하거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근로빈곤층의 자립을 촉진하는 것이 어렵다”며 “개별급여 방식은 기초생활보장제 안에 안주하려는 빈곤층의 근로의욕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는 역부족 논란

그러나 일부 학자와 시민단체들은 맞춤형 개별급여로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말로는 수요맞춤형이지만 예산 부담이 커 돈을 덜 쓰면서 제도를 시행해보자는 재정 맞춤형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각 급여를 소득계층별로 각각 지급하겠다는 구상은 맞는 방향이지만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현 제도와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재 생계급여 수급자 선정 기준은 월소득 102만1,000원(4인가구)으로, 이를 환산하면 중위소득의 27%가 된다. ‘맞춤형’ 생계급여 수급 기준 30%와 큰 차이가 없다. 의료급여의 경우도 기존 제도의 수급자는 맞춤형 제도로 전환하더라도 급여 대상자와 숫자에는 변함이 없다.

오건호 위원장은 “오히려 기초생활보장제의 근본 문제는 재산소득환산, 의무부양자 제도와 같은 소득 인정액 제도로 발생하는 광범위한 사각지대”라며 “정부 개편안으로 해소되는 사각지대는 의무부양자 기준 완화에 따른 12만명 뿐이다”고 지적했다. 바뀐 제도로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최저생계비 미만 빈곤층 중 의무 부양자 기준으로 수급자에서 탈락한 117만명 가운데 10%에 불과한 셈이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수급 대상자 본인 혹은 부모나 자녀(부양의무자 제도)에게 재산(소득인정액)이 있거나 일할 능력(추정소득)이 있으면 수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려면 이 같은 추정소득ㆍ소득인정액ㆍ부양의무자 제도 등을 본질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개정안 기준으로도 올해 4분기 예산 2,300억원과 내년 추가 재정 투입액이 1조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부양의무자 기준을 더 완화하는 것은 재정형편상 어렵다”고 답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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