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우리나라 산업분야는 기대보다 우려가 더 많지만, 이럴 때마다 혁신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 준다. 우리나라 양대 산업인 정보통신기술(ICT)과 자동차 분야에서 판도를 뒤흔들 혁신을 점쳐본다.
[정보통신기술 분야]
스마트폰이 플라스틱카드를 몰아낼까
2014년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의 바람이 금융 분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한 산업이나 서비스를 일컫는 이른바 ‘핀테크’ (fintechㆍ금융과 기술의 합성어)가 정보기술(IT)업계와 금융업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였다.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을 가진 다음카카오는 9월 간편결제 응용 소프트웨어(앱) ‘카카오페이’를 출시했고, 이어 11월에는 소액송금 앱 ‘뱅크월렛카카오’를 내놨다. 네이버도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 기반한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를 일본시장에 먼저 선보였다.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나우’를 내놓은 LG유플러스는 최근 제휴 카드사를 8개까지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시중 은행과 카드사들 역시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송금,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속속 도입했다.
이 같은 ‘핀테크 전쟁’은 새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미 이 분야에 뛰어든 업체들이 자사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제조업 강자들도 참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올해를 ‘핀테크 산업의 원년’으로 삼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 집중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의 기대 역시 한껏 부풀어 오른 상황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2015년도 ‘인터넷 및 정보보호 10대 산업이슈 전망’에서 핀테크가 인터넷 금융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핀테크 산업의 확대와는 별개로 스마트폰이 신용카드와 현금을 대체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신용카드가 현금의 자리를 빼앗았던 것만큼 핀테크 서비스가 이용자들의 습관을 통째로 바꾸는 ‘금융 혁명’을 불러오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카드 사용습관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신용카드 보급률과 이용률은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3년 한국 경제활동인구 1인당 보유 카드 수는 3.94장에 이를 정도다. 이 때문에 국내 출시돼 있는 서비스의 대부분도 신용카드와 연계해 실물 신용카드의 역할을 스마트폰으로 대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알리페이 등 전자결제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한 중국의 경우 2013년 기준 신용카드 보급율은 8%에 불과한데, 스마트폰 보급율은 70%에 달해 핀테크 산업이 활성화하기 쉬운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전까지 불가능했던 영역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핀테크 서비스 성공의 열쇠라고 말한다. 단순히 ‘더 편리하다’는 것을 넘어 새로운 거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신용카드는 옷을 사고 싶어도 현금이 없으면 못 사던 시절 탄생해 그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며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데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지 대체하는 정도라면 신용카드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온라인에 비해 오프라인에서의 확산 속도가 더디다는 점 또한 풀어야 할 숙제다. 오프라인에서 스마트폰을 통한 결제가 활발해지려면 먼저 가맹점이 충분히 확보되고, 가맹점들이 휴대폰 결제가 가능한 단말기를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막 이용자가 생겨나기 시작한 시점에 이 비용을 대기는 쉽지 않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관련 시스템만 구축하면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과는 달리 현재 오프라인은 기반이 약해 핀테크 서비스가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년에는 오프라인 중심으로 가맹점을 확대하는 한편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PC나 스마트시계 등 착용형(웨어러블) 기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자동차 분야]
디젤차, 친환경차 무얼 선택해야 할까
2013년 이후 성장률이 3%로 떨어지며 주춤한 국내 자동차시장은 올해 2% 초반으로 판매 증가율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런 상황에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디젤의 강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친환경차가 그 존재감을 입증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해 차를 구입할 계획이라면 SUV, 디젤차, 친환경차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2009년 5대 중 1대(20%) 정도였던 국내 SUV의 비율은 2013년 26%까지 올랐고, 2015년에는 최대 29%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레저활동의 증가, 유가 안정 등에 힘입어 SUV 수요 증가세는 올해는 물론 적어도 2016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맞춰 국내 업체, 수입 브랜드 모두 강력한 SUV와 ‘소형 SUV’인 콤팩트유틸리티차량(CUV) 신차를 쏟아 낸다. 쌍용차의 야심작 티볼리가 1월 중순 첫 테이프를 끊는다. 가솔린 모델이 먼저 나오고 디젤, 4륜 구동 모델을 차례로 선보이며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르노삼성 QM3에 도전한다. 지난해 9월 출시 후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 기아차 쏘렌토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 투입될 예정이고, 스포티지도 하반기 신차로 돌아올 예정이다. 현대차 투싼도 3세대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수입차 중에는 폭스바겐 투아렉, 렉서스 NX200t, 지프 레니게이드, 포르셰 뉴 카이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등이 새해 등장 예정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출시한 닛산 캐시카이, 푸조 2008까지 본격 경쟁에 뛰어든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점유율은 68%(11월 기준)에 이를 정도로 디젤차 강세가 두드러졌다. 2010년 25.4%의 점유율에 비하면 디젤차 점유율은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 ‘빅4’ 브랜드의 디젤모델이 소음, 진동 등 단점을 극복했고, 연비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유럽산 디젤차의 강세 때문에 국내 업계들도 말리부 디젤(한국지엠), 그랜저 디젤(현대차), SM5 D(르노삼성) 등을 잇따라 선보이고 견제에 나섰다. 닛산은 영국에서 생산하는 유럽형 CUV 캐시카이를 국내에 들여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새해에도 디젤을 앞세운 독일차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국산 브랜드 역시 디젤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경제성과 주행 성능을 함께 고려하는 소비자라면 디젤차량과 SUV를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올해는 또 전기차를 비롯한 다양한 친환경차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면서 차 구매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아직까지 전기차는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이 없다면, 가격(약 4,000만~7,000만원)에서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제주, 창원에 이어 지난해 말 서울시도 보조금 지급에 나서며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민간 보급 대상을 600대로 늘리고 공공기관도 구매 차량 4대 중 1대는 의무적으로 전기차로 해야 한다”며 “카 셰어링 업계도 전기차 보급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도심에서 짧은 거리를 오가는 경우 전기차 이용을 충분히 고려해 볼 만 한다”고 설명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도 올해 본격적으로 거리에 등장한다. 현대차 LF쏘나타, 기아차 K5의 PHEV 전용 모델이 첫 선을 보이고, BMW i8도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국내외 환경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친환경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업체들이 기술 개발과 마케팅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며 “당장은 충전 인프라 문제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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