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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외제차 개조 수천만원… 후원금 유용 정황

입력
2017.10.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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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딸 수술비 도와 달라”

방송 출연ㆍ인터넷카페 운영하며

4300만원대 포드 최근까지 소유

최강 사운드ㆍ엔진ㆍ배기시스템 등

개조 비용만 최대 4000만원대

조폭이 선호하는 전신 문신도

업계 “비용 3000만원 넘어”

'어금니 아빠' 이씨가 운영했던 카페. 카페 캡처
'어금니 아빠' 이씨가 운영했던 카페. 카페 캡처

희귀병을 앓는 딸의 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모(35)씨가 딸 수술비 명목으로 후원 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외제 승용차를 사고, 이를 튜닝(개조)하는 값비싼 취미에 골몰했다. 각종 방송 출연과 ‘딸 수술비가 부족하다’는 등의 글을 인터넷카페에 올려 후원금을 호소했던 부정(父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딸 수술비 필요하다”…2006년부터 시작된 모금활동

이씨는 2006년 12월 MBC 닥터스에 ‘어금니 아빠의 약속’으로 방송을 탄 것으로 시작으로 올해 2월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에 출연하기까지 9차례나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쳤다. 방송뿐 아니라 각종 언론사 인터뷰에도 응했다. 이때 마다 이씨가 줄곧 던진 메지시는 “딸의 수술비가 부족하다. 도와달라”였다. 이씨는 줄곧 “딸 수술비가 부족하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실제 딸은 전세계에 환자가 5명뿐인 ‘유전성거대백악종’을 앓고 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수시로 수술을 받지 않으면 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조직에 종양이 자라고 커져 얼굴 전체가 뒤틀리고 호흡 곤란으로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수술 한 번에 보통 1,000만~2,0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씨 딸은 지금까지 7차례 수술을 받았다.

방송 출연 이후에는 2006년 12월 25일 서울을 출발해 12월 31일 정동진까지 가는 자전거 대장정을 벌였다. 아연이의 사연을 널리 알려 후원을 받기 위해서였다. 2007년에는 ‘어금니 아빠의 행복’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씨는 방송을 출연하기 직전인 2006년 8월에는 딸 수술비 후원을 독려하는 카페를 개설해 운영해왔다. 해당 카페에서는 딸의 각종 소식과 사진을 올리고, 본인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와도 연결시켜놨다. ‘70만 천사의 1,000원의 기적’이라는 소액기부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었다. 딸 사진을 누르면 바로 결제창으로 연결되는 공간도 있다. 해당 카페에서는 ‘아기천사’라는 아이디로 이씨가 활동했는데, 게시된 글을 보면 이씨 외에도 이씨 형과 누나도 해당 아이디를 함께 사용하면서 글을 올렸다. 현재 카페에는 8일에 ‘아기천사’ 아이디로 ‘10월 15일에 폐쇄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씨가 구속되자 형이나 누나가 카페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이씨는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딸 수술비 후원 독려를 끊임 없이 해왔다. 이씨는 2012년부터 10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자신의 트위터에 “딸의 수술비가 없다. 제 딸을 살려야 한다. 딸 수술비가 모금될 수 있도록 우리 사연을 많은 곳에 알려달라”고 본인이 운영하던 홈페이지 주소와 딸 명의 은행계좌가 적힌 글을 수 차례 올렸다. 해당 글 중에는 1,386번 공유된 글도 있다.

'어금니 아빠' 이씨가 운영했던 트위터. 트위터 캡처
'어금니 아빠' 이씨가 운영했던 트위터. 트위터 캡처

수술비 부족하다면서도 외제차 구입에 개조까지 푹 빠져

딸 수술비가 없다던 이씨는 정작 외제차를 사고 개조하는데 수천만원을 썼다. 그가 최근까지 소유하던 차는 포드 뉴토러스2.0 LIMITED 에코부스트 2013년형. 각종 세금을 제한 출고가가 4,3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더해 이씨는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차량 엔진ㆍ사운드시스템ㆍ배기시스템ㆍ보닛 등을 개조한 사진과 글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사운드 시스템만 기본 1,000만원에, (개조 비용으로) 모두 합쳐 최소 1,700만원은 들인 걸로 보인다”고 했다. 이씨가 해당 글에서 ‘최강 사운드’ 운운한 점을 들어 3,000만~4,000만원 정도 비용이 들었을 것이라 추정하는 이들도 있다.

이씨는 올해 4월 차량을 2,030만원에 중고 매물로 내놓고, 누나 명의 에쿠스와 형 지인 소유 BMW SUV를 번갈아 타고 다녔다. 이씨 거주지 인근 주민 박모(58)씨는 “밤에 나와보면 건물 주차장에서 불을 켜고 뭔가 붙이거나 고치는 등 항상 차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며 “차 관련 업계에서 일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우디 A7 3.0 TFSI 콰트로 다이나믹(출고가 9,090만원)도 최근까지 가지고 있다가 올해 4월 2,792만원에 팔았다. 2010년 9월쯤에는 쌍용 뉴로디우스 4륜 최고급형(당시 출고가 3,299만원)을 계약하고 바로 차량개조업체에서 실내 튜닝 상담을 받기도 했다. 같은 해 한 중고 오토바이 거래사이트에 자신이 직접 개조한 오토바이를 130만원에 판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어금니 아빠 이모씨가 운행했던 외제차량. 이씨 SNS 캡처
어금니 아빠 이모씨가 운행했던 외제차량. 이씨 SNS 캡처
'어금니 아빠' 이씨가 올린 2010년 차량 개조 상담글. 업체 홈페이지 캡처
'어금니 아빠' 이씨가 올린 2010년 차량 개조 상담글. 업체 홈페이지 캡처

이씨는 각종 애견 분양 및 훈련 업체를 통해 혈통견을 고가에 분양 받고, 그 개가 낳은 새끼 등을 마찬가지로 비싼 가격에 분양하기도 했다. 이씨는 2015년 4월 한 애견 분양 업체 홈페이지 게시판에 부모견이 모두 장모인 닥스훈트 종의 수컷 개를 20만~25만원 선에서 분양받기를 원한다는 글을 올렸다. 2016년에는 또다른 애견 분양 업체 홈페이지에 새끼 닥스훈트 4마리를 분양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씨는 해당 게시글에서 "엄마(모견)는 약 300만원에 제가 분양받은 아이다. 현재 엄마는 약 1000만원이 넘는다"며 자신이 분양하려는 강아지들의 혈통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씨의 전신 문신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해당 문신에 대해 업계에서는 “소위 조직폭력배들이나 동네 건달들이 많이 찾는 문양”이라며 “가격은 체형에 따라 다르지만 전신에 이 정도 색이 들어간 문신을 하려면 최소 3,000만원부터 흥정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문신 비용만으로도 딸 수술을 3차례나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어금니 아빠' 이씨가 전신에 문신을 한 모습. 이씨 SNS 캡처
'어금니 아빠' 이씨가 전신에 문신을 한 모습. 이씨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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