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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또 성추문…이번엔 미성년자 성폭행에 금품갈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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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또 성추문…이번엔 미성년자 성폭행에 금품갈취

입력
2016.10.2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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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제 시집 ‘다정’.
배용제 시집 ‘다정’.

문학과지성사에서 시집 ‘다정’ ‘이 달콤한 감각’을 낸 배용제(53) 시인이 미성년자를 성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배 시인에게 문학 강습을 받은 학생 6명이 최근 트위터에 ‘습작생 1~6’이란 이름으로 올린 글에 따르면 배 시인은 2012~2015년 문예창작학과 학생들과 성인들을 대상으로 시 스터디 모임을 운영하면서 참여한 미성년자 학생들을 자신의 창작실로 한 명씩 불러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고 성관계를 제의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손금을 보니 XX가 아주 예쁠 것 같다” “가슴이 예쁠 것 같다. 만져도 되냐” “남자친구가 생길 때까지만 관계를 갖자”는 등의 말을 일삼았다. 손을 잡고 뒤에서 끌어 안는 등 신체 접촉도 예사였다. 그의 성관계 제의를 거부한 뒤 오히려 죄책감에 시달렸다는 습작생2는 나중에 배 시인이 동시에 여러 학생들에게 같은 말과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이)그를 계속 찾아갔다는 사실 때문에 자책하기 급급했다”고 말했다.

성폭행 주장도 제기됐다. 습작생6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배 시인이 불러 창작실을 찾았고 거기서 강제로 추행을 당했으며 며칠 뒤 다시 만났을 때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배 시인은 몸을 누르고 입을 막는 등 완력을 동원해 성폭행을 했고, 그 뒤에는 성관계 시 동의 없이 자신의 나체를 촬영했다.

배 시인의 파렴치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바로 제지하거나 항의하지 못한 것은 그가 기성 시인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과시하며, 반발하는 학생들을 스터디에서 가차없이 제외시켰기 때문이었다. 습작생4는 그가 “내가 문단에서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 줄 아느냐. 내 말 하나면 누구 하나 매장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습작생5는 “한국 여자들은 모두 매매혼” 등 배 시인의 여성혐오적 발언에 항의했다가 “합평 시간에 의도적으로 배제됐다”고 말했다.

배 시인으로부터 금품 갈취 및 성희롱을 당한 다른 학생 4명의 이야기도 같은 계정에 올라왔다. 이들이 증거로 제시한 메신저 캡처본에는 그가 학생들의 엄마로부터 돈을 빌리고 4년이 넘게 갚지 않은 것과 성희롱 한 정황이 남아 있다.

배 시인은 26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내가 저지른 일이 맞다”며 “학생들의 모든 주장을 인정하고 활동을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그는 트위터에 “저로 인해 상처 받은 모든 분들께 깊은 사죄를 드린다”며 “이후 모든 활동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 자숙하겠다”는 사과문도 올렸다.

고발자들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처음엔 우리가 당한 일을 알리고 위로 받고자 하는 목적이었으나 지금은 제대로 된 사과와 가능하다면 법적 처벌까지 원한다”며 “먼저 고소할 생각은 없지만 그가 제대로 된 반성을 하지 않거나 소송할 경우 맞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 11월 배용제 시인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과 나눈 메신저 캡처본. 돈을 빌려 갚지 않고 성희롱을 한 정황이 남아 있다.
2014년 11월 배용제 시인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과 나눈 메신저 캡처본. 돈을 빌려 갚지 않고 성희롱을 한 정황이 남아 있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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