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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사냥’ 독재자 돌아올라… 떨고 있는 감비아

입력
2018.05.29 17:3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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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메 전 대통령 망명했지만

진상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야히아 자메 전 감비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야히아 자메 전 감비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시민을 대상으로 무차별적 ‘마녀사냥’에 나섰던 서아프리카 소국의 독재자 야히아 자메가 2016년 대선 패배로 권좌에서 물러났음에도, 감비아 국민들은 여전히 공포에 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망명 중인 자메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마을 주민들을 인터뷰 해 자메 전 대통령이 자행한 ‘마녀사냥’이 9년이나 지났지만, 감비아 국민들이 지금까지도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상당수는 당시의 인권 유린 상황에 대해 말하길 꺼려했다”며 “자메를 지지하는 세력이 존재하는데다, 그가 다시 집권할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메 전 대통령은 2009년 자신의 친척이 죽은 게 마녀 때문이라며 대대적인 ‘마녀’ 색출 작업에 나섰다. 이후에도 7년 간 산발적으로 마녀사냥을 벌였다. 하지만 피해자와 희생자 가족들은 자메 정부가 마을을 돌아다니며 무고한 시민들을 상대로 납치, 폭력, 자백 강요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마녀로 몰렸던 매티 산양은 WP에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사실은 자메 전 대통령이 우리를 마녀라고 몰았다는 것”이라며 “폭력에 시달려 석방 된 후 걷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고 폭로했다. 특히 환각 성분이 담긴 액체를 마시게 한 뒤 거짓 자백을 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피해자인 파드 트라마는 “나는 내 아이를 내가 죽였다고 고백해야 했다”며 “차리라 죽겠다고 하자 액체를 강제로 들이키게 하고 머리를 때렸다”고 말했다.

자메 정권의 만행으로 상당수는 목숨을 잃기도 했다. 정체불명의 액체를 들이킨 피해자들은 복통 등을 호소했고 시름시름 앓다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신테트 지역에서만 최소 9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한 여성 희생자의 지인인 무스케바 자르주는 “군에서 풀려난 후 그녀는 자거나 먹질 못했고, 입 안쪽이 변색된 상태였다. 공포에 질린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지난해 자메 정권에서 피해를 입은 이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진실화해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자메 전 대통령이 죄값을 치를 가능성이 낮다는 게 문제다. 조사조차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다. WP는 “우리가 접촉한 이들 중 조사위 관계자들과 만났다는 피해자는 아무도 없었다”고 전했고, 가디언은 “자메 전 대통령을 본국으로 송환한다 하더라도 조사위가 그를 기소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자메 전 대통령은 1994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선거에 패해 축출되기 전까지 무려 22년 간 감비아를 통치해왔다. 2016년 말 대선에서 야당 후보인 아다마 바로우가 당선된 후 퇴진을 거부하기도 했는데,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군이 감비아에 계속 머물고 있는 자메를 군대를 보내 제거하겠다고 하자 적도 기니로 망명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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