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세균(6선) 의원이 선출됐다. 부의장에는 새누리당 심재철(5선) 의원과 국민의당 박주선(4선) 의원이 각각 선출됐다. 4ㆍ13 총선 민의가 만들어낸 여소야대 3당 체제를 적절하게 반영한 의장단 구성이다. 비록 법정시한은 지키지 못했지만 더 늦지 않게 타협과 절충을 통해 원 구성 협상을 타결하고 의장단을 선출한 것은 협치의 첫 성과라고 할 만하다.
야당 출신 국회의장 탄생은 국민의정부 시절인 2002년 7월 제 16대 국회 후반기 의장에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의 박관용 의원이 선출된 이래 14년 만이다.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내는 게 순리이지만 야당 출신 국회의장이 과연 국회를 잘 이끌어갈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 안 그래도 갈등이 많은 입법부와 행정부 간 소통에도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실제로 박관용 의장 시절에는 한나라당에 의해 총리 인준안이 두 차례나 부결되는 등 국회와 행정부 관계에 진통이 적지 않았다. 정 신임 의장은 이런 일각의 우려가 기우에 지나지 않도록 중립적 입장에서 원만하게 국회 운영을 이끌고 행정부와의 소통에도 소홀함이 없길 바란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균형감각과 중재 능력이다. 더민주는 원내 1당 자격으로 국회의장을 차지했지만 제 2당인 새누리보다 1석이 많을 뿐이다. 제 3당인 국민의당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이런 의석분포에서 균형감각을 갖고 중재를 잘 해내야 국회가 큰 무리 없이 굴러갈 수 있다. 특히 내년은 대선이 있는 해이다. 각 당이 의정활동을 통해 대선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고 할 경우 국회가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사태를 피하려면 초당적 입장에서 국회를 이끌어야 한다.‘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처럼, 합리적 조정능력과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을 듣는 정 의장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여야는 그 동안 20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이구동성으로 약속해왔다. 물론 각 당이 말뿐이 아니라 얼마나 실질적 노력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일하는 국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국회의장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의장 권한이 축소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법안처리 등 국회 운영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지금 나라 안팎으로 시급히 대처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이 넌더리를 내온 정쟁의 구태 국회를 벗어나 여야 협치를 통해 실질적으로 일하는 새로운 국회상을 만드는 데 정 의장이 적극 앞장서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