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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출산 장려? 조산의 고통 배려 대책이 더 시급하다

입력
2015.10.1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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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고령화·스트레스 탓 작년 조산율 15% 넘어서

분만 지연 위해 자궁수축억제제… 1차 치료제 리토드린 부작용 심각

안전성 높은 아토시반은 비싸, 급여·투여횟수 확대 등 정부에 요구

“임신 10주차에 복수가 차 물을 빼냈어요. 그것도 잠시, 21주차에 자궁이 열려서 응급수술을 받았고, 이후 자궁수축억제제를 맞으며 버티고 버티다가 아이를 낳았어요. 그 끔찍한 고통은 경험을 안 해보면 몰라요.”(산모 강진경씨ㆍ가명ㆍ35)

임신주수 24주를 못 채운 신생아는 목숨이 위태롭다. 그래서 조산의 우려가 있는 임신부들은 자궁수축억제제를 맞으며 분만일을 인위적으로 늦추는 데 죽기살기로 매달린다. 문제는 자궁수축억제제를 맞는 이 치료가 고가(高價) 부담감에다 극심한 육체ㆍ정신적 고통을 준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과 지원의 부족은 분만지연 치료를 받는 임신부들의 고통을 더하고 있다.

조산의 우려가 있는 임신부들에게 분만일 늦추기는 아이를 살리기 위한 모정의 발버둥이다. 임신주수 23주 이내의 신생아는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조산은 임신주수에 따라 ▦심각한 조산(28주 이내) ▦비교적 심각한 조산(28주~32주 미만) ▦임신 중후반기 조산(32~37주 미만)으로 나뉜다.

최근 산모 고령화, 시험관 시술 증가 등에 따라 조산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와 산모들은 고가의 자궁수축억제제 비용 인하와 분만과 관련된 의료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근 산모 고령화, 시험관 시술 증가 등에 따라 조산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와 산모들은 고가의 자궁수축억제제 비용 인하와 분만과 관련된 의료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내 출생아 10명 중 1명이 조산

국내 출생아의 10명 중 1명이 조산아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 10.14%이던 국내 조산율은 해마다 올라 2014년 15.24%를 기록했다. 조산율 상승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만혼(晩婚)에 따른 고령임신 등 달라진 사회 흐름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임신부 고령화와 스트레스, 시험관 시술로 인한 다태아 증가 등이 주요 원인”이라며 “유전적 원인과 감염 탓도 있다”고 말한다. 이근영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주수) 24주가 돼야 아기를 살릴 수 있다”면서 “아기를 살리더라도 신체ㆍ정신적 문제로 조산이 늘수록 사회ㆍ경제적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분만지연에 나서는 임신부들이 치료 과정에서 감내해야 하는 정신ㆍ육체적 고통의 정도는 상당하다. 임신부들이 맞는 첫 번째 고통은 자궁수축억제제 투여에 따른 것이다. 약의 근육이완 효과로 극심한 정신ㆍ신체적 무력감에 빠져드는 데다 폐부종 등 치명적인 후유증 위험이 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자궁수축억제제는 수액 치료로 조기진통 조절이 목적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분만실의 조사에 따르면 임신 17~20주 임신부의 절반 이상이 조기진통 시 자궁수축억제제를 맞고 있다. 자궁수축억제제에는 ▦리토드린 ▦황산마그네슘 ▦니페디핀 ▦아토시반 등이 있다. 보통 분만지연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많은 병원들은 상대적으로 값싼 리토드린을 먼저 투여한 뒤, 결과가 좋지 않으면 황산마그네슘이나 니페디핀으로 넘어간다. 그래도 효과 없다면 아토시반 투여다.

자궁수축억제제 부작용 등 후유증 논란

의료진과 산모들에 따르면 1차 치료제인 리토드린은 자궁 수축을 신속히 억제해 분만을 늦추는 데 효과가 있는 반면, 폐부종 등 심각한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 약의 사용을 48시간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 이유다. 하지만 다른 성분의 자궁수축억제제보다 값이 싸다는 이점으로 수요는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궁수축억제제 투여는 부작용 위험 이외에도 끔찍한 정신ㆍ육체적 고통을 임신부들에게 안긴다. 이는 약의 근육이완 효과 때문이다. 치료를 경험한 산모들은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다”며 몸서리 친다. 자궁수축억제제를 맞고 아이를 분만한 한 산모는 “(처음에는) 병원에서 가격이 제일 저렴한 자궁수축억제제를 투여했지만 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다른 자궁수축억제제를 투여했는데, 눈꺼풀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제일 비싼 자궁수축억제제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자궁수축억제제의 이 같은 문제점에 따라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부작용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고 효능을 인정받고 있는 아토시반의 1차 치료제 지정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리토드린의 사용을 삼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리토드린에 대해 “미국에서는 제조사가 자진해서 시장철수를 결정했다”면서 “산모 건강 등을 고려해 사용을 가급적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근영 교수는 “영국 등에서는 아토시반이 1차 자궁수축억제제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산모 건강과 의료 질 개선 등을 위해 아토시반이 급여화 돼 대중적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고가 부담에 투여횟수 제한 등 개선”목소리

아토시반이 1차 치료제가 되는 데는 고가의 부담감과 투여횟수 제한이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이 약은 비급여의 경우 1회 투여에 50만원이 넘는 고가라 경제적 부담이 크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자료에 따르면 임신 24주에서 33주 사이에 아토시반 사용시 급여 인정은 3회에 한정된다. 아토시반은 1회 투여 시 2일간 약효가 지속된다. 1~3회 투여로 조기진통이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4회째 투여부터는 비급여로 맞아야 한다. 임신 24주 전 조기진통으로 아토시반을 투여할 때에도 환자 본인 부담이다. 한 산모는 “자궁수축제를 맞으며 2개월 정도 입원 했는데 주사비용만 1,500만원이 들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현재 아토시반에 대해 임신 24주에서 33주로 제한된 급여 기간과 투여 횟수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 조산율이 해마다 올라가면서 신생아와 산모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는 부족한 수준이다. 조산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자궁경부무력증 연구에 대한 지원이 전무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산부인과 병원들이 인건비 등에 따른 부담감으로 분만실과 고위험산모실을 속속 문 닫고 있는 것도 위협이다. 분만실의 경우 중환자실처럼 24시간 운영이 필요한데, 전담 의사와 간호사 등 인건비 부담은 무거운 반면 이에 대한 수가는 현실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분만실이나 고위험산모실에 의료진 인력을 적게 배치하는 병원도 적지않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산모들 몫이다”라고 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이에 따라 지난달 분만실 경영 적자 해소 대책으로 ▦질식분만, 제왕절개분만 수가 현실화 ▦야간가산 수가 100% 인상 ▦분만실 특수병동 수가체계 수립 ▦분만실 관리료 신설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내가 왜 이런 고통을…”임신부들 자조감까지

조산 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책 마련을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주문하고 있다. 이근영 교수는 “조산 문제는 국제연합(UN)에서 ‘조산에 관한 국제전략보고서(Born Too Soon)’를 만들 정도로 전 세계적 이슈지만 우리나라의 사회ㆍ국가적 대책은 미흡한 수준”이라며 “정부의 출산장려 패러다임이 변화돼야 한다”고 했다. 유엔의 ‘조산에 관한 국제전략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1,500만명의 조산아가 태어나고 있다. 유엔은 ‘조산율은 신뢰할 만한 통계자료가 있는 모든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특히 5세 미만 아동 사망 원인 중 폐렴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조산문제 해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한목소리로 조산의 위험으로 고통 받는 산모에 대한 배려를 말한다. 이귀세라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조산위험으로 분만실에 입원한 산모 중에는 태어날 아기를 위해 누워서 뜨개질을 하고, 움직일 수 없어 의료진에게 소변줄을 끼워달라고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며 “한 산모가 ‘사육을 당하는 느낌’이라고 말했을 때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임신 27주 만에 첫 아이를 낳은 한 주부(40)는 “남편이 나의 똥, 오줌을 받아낼 때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라는 자책감이 들어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며 “가족이나 지인들조차 조산의 위험성을 알지 못하고 시간이 갈수록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도 괴로움이었다”고 했다. 이귀세라 교수는 “직장의 여성의 경우 일 때문에 휴직 할 수 없어 조산 위험을 감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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