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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바마의 손편지

입력
2017.09.0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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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8’의 새 기능 중에 ‘라이브 메시지’가 있다. 이 기능을 활성화시킨 뒤 폰에 딸린 펜으로 글을 쓰면 그 과정을 짧은 동영상 형태 파일로 저장할 수 있다. 파일을 보내면 받아본 사람은 손으로 쓴 글과 함께 그 글을 쓰는 과정을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사랑합니다’ ‘보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같은 메시지를 기성 활자가 아니라 손글씨로 볼 때 전해오는 감동은 다르다. 첨단 디지털 기기가 아날로그를 껴안으며 진화하는 사례다.

▦ 전자메일을 많이 쓰고 SNS 등으로 안부를 주고받는 일이 늘면서 손편지는 크게 줄고 있다. 지난해 국내 우체국이 취급한 일반 우편물량은 33억통으로 10년 전 44억통에 비해 25%나 감소했다고 한다. 소포나 등기우편물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편지 감소 폭을 상쇄하기에 턱없이 모자란다. 편지를 모아 담는 빨간 우체통도, 심지어 우체국도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점점 귀해지기 때문에 어쩌다 받는 손편지의 감동은 더 커졌다고 볼 수도 있다. 손편지는 보내는 이의 간절한 마음을 도드라지게 할 뿐 아니라 쓰는 이의 마음도 정화시킨다.

▦ 노벨상을 받은 미국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사별한 부인에게 쓴 편지가 있다. 파인만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핵을 앓는 알린과 24세에 결혼했지만 3년 뒤 그녀를 떠나 보내야 했다. 부인이 죽은 뒤 썼으니 당연히 부치지 못한 이 편지는 40년도 더 지나 파인만이 숨진 뒤 그의 유품 속에서 발견되었다. 서두에서 그는 그 편지를 쓰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이걸 좋아하기 때문에 편지를 쓰는 것만은 아니야. 당신에게 편지를 쓰면 내 마음도 따뜻해지거든.”

▦ 미국 대통령은 후임에게 손편지를 써서 백악관 집무실 책상 서랍에 남기는 것이 전통이라고 한다. 최근 오바마가 트럼프에 남긴 손편지 내용이 공개되었다. 내용 중에 열심히 일하는 아이들과 부모에게 성공의 사다리를 놓아주어야 한다, 국제사회 리더로서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 법치, 권력 분립, 평등권, 인권 같은 민주제도와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조언이 있었다. 손편지인데도 그의 간절한 마음은 전혀 전해진 것 같지 않다. 편지 쓰는 동안 오바마의 마음이 따뜻해졌다면 그걸로라도 위안을 삼을 수밖에.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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