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 45주년 추상회화전
60, 70년대 김환기·박서보 등
추상 1,2세대 18명 작품 한눈에
문화역서울284 '…한국화의 확장'전
오태학·이강소 등 작가 29명
전통 한국화 요소 새롭게 수용
‘한국적 미술’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한지와 먹 등 재료를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동양 사상을 떠올릴 것이다. 한국 전통미술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한지ㆍ화선지와 먹은 이응노와 권영우, 이강소, 오숙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변용돼 왔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단색화가들은 서양의 모노크롬이 추구하는 ‘완전한 인위’와 달리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추구한다. 이런 동양 사상에 대한 천착은 가장 현대적인 설치미술작가들 사이에서도 뿌리내리고 있다. 4월 열리는 2개의 기획전에서 한국적 미술을 추구하는 작가들의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는 개관 45주년 기념 ‘한국의 추상회화’전을 25일까지 연다. 1970년 4월 4일 문을 연 갤러리현대는 당시로서는 드문 미술전시 전용 공간이었다. 갤러리현대는 당시 주요 추상회화 작가들의 개인전을 꾸준히 열었고, 이번 전시에는 그 중 18명의 작가들의 구작과 신작을 두루 소개하고 있다. 최근 각광받는 1970년대 단색화와 1960년대 ‘앵포르멜(비정형)’ 회화가 유행하던 당시 추상화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1960년대 추상화가들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고통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서구 추상화의 기법을 활용했다. 70년대의 추상화가들은 기법과 재료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평면을 다양한 형태로 변형하고 새로운 질감을 만들어내려 노력했다. 미술사학자 송미숙은 “1960년대가 일본과 프랑스를 통해 서구 미술을 수용하는 시기였다면 1970년대는 한국만의 독창적인 양식을 발견하고 자신감 있게 표현하던 시기”라고 한국 추상화의 역사를 요약했다.
1960년대 작가인 ‘추상 1세대’ 중에는 김환기의 후기 작품인 점묘(點描)화와 고암 이응노의 문자추상 콜라주가 눈에 띈다. ‘추상 2세대’로는 단색화가로 알려진 박서보ㆍ이우환ㆍ정상화ㆍ하종현과 더불어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물방울을 캔버스 위에 구현한 김창열, 여러 장의 화선지를 칼로 찢어낸 다음 그 틈으로 먹을 흘려보낸 권영우 등의 작품이 전시됐다. (02)2287-3500
갤러리현대 전시가 추상 1, 2세대 작가들의 활동을 재조명한다면 문화역서울284(구 서울역사)에서 1일 개막한 ‘한국화의 경계, 한국화의 확장’전은 한국화를 현대적으로 수용한 이후 세대 작가들의 작업을 보여준다. 참여한 작가 29명 중 대선배 격인 동양화가 오태학과 이강소가 갤러리현대 전시 작가들 중 가장 나이 어린 이우환ㆍ김기린과 비슷한 세대의 작가다.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이 뒤섞여 산만한 느낌이 있지만, 전통 한국화의 요소를 새롭게 수용한 작가들의 노력이 전시장 곳곳에서 빛난다. 서울역사 중앙 홀 공중에 떠 있는 차기율의 ‘순환의 여행’은 자연목과 자연석을 아무 변형 없이 이어 붙여 만든 작품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가져왔지만 마치 원래부터 하나의 유기체처럼 뒤엉켜 조형미를 이루고 있다. 얕은 모랫바닥 위를 일렁이는 물결의 움직임을 먹으로 포착해 한지 위에 옮긴 오숙환의 수묵화 ‘빛과 시공간’도 인상적이다. 전시 30일까지. (02)3407-3500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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