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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가도 외제차 탈 수 있죠… 떳떳하게 돈 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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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가도 외제차 탈 수 있죠… 떳떳하게 돈 번다면요”

입력
2018.05.28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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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완희 소셜벤처 ‘빅워크’ 대표

걸은 만큼 기부하는 앱 개발

사회적 기업으로 주목받았지만

“그땐 기업가 아닌 활동가 가까워

이젠 책임 전에 제품 경쟁력 집중

영리 추구하며 윤리적일 수 있어”

인터뷰 날 한완희 대표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그는 “한달에 100km 정도를 걷고 ‘빅워크’ 앱을 통해 기부한다”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인터뷰 날 한완희 대표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그는 “한달에 100km 정도를 걷고 ‘빅워크’ 앱을 통해 기부한다”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2012년 문을 연 ‘빅워크’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창업과 동시에 주목받았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빅워크’를 다운 받으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움직임 감지 센서로 이용자가 이동한 거리를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이용자가 앱을 켜고 걸으면 100m 당 가상 포인트인 1‘눈’이 자동으로 적립되고, 이 포인트가 다양한 기부활동에 이용된다. 걷기와 기부를 연결한 발상으로 흔히 ‘사회적 기업’으로 인식되지만, 최근 마포구 빅워크 사무실에서 만난 한완희(34) 대표는 “소셜 벤처 기업”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빅워크를 만들 당시 막 사회적 기업, 스타트 업 붐이 일었어요. 저도 그 혜택을 받은 사람 중 하나고요. 하지만 그렇게 문을 연 많은 기업이 이제 ‘사회적 기업 인증’이나 ‘공정무역 제품’ 같은 사실을 내세우지 않아요. 사회적 기업 경계가 모호해진 데다, 많은 대표들이 기업의 ‘선한 의도’보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 거죠.”

한 대표가 창업을 한 건 빅워크가 세 번째. 남들은 대학에 입학하는 20세에 친구들과 동업으로 전자상거래 회사를 차려 1년 가까이 운영했다가 “순수익이 1인당 70~80만원 밖에 안 남아서” 접고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 그는 “실행력이 아무리 좋아도 기본 지식이 없으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이 많다는 걸 깨닫자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디자인에 관심이 있었지만 그림 그리는 재주는 영 없던 한 대표가 선택한 전공은 ‘디지털미디어디자인’. 영상물 제작, 디자인, 웹 편집 기술을 가르치는 전공은 딱 적성에 맞았고, 휴학 기간 민간 간이역을 위탁 경영하며 “경영 개념, 조직 시스템”을 체험했다. “대학 졸업 후 한국철도기술공사에 들어갔는데 철도의 토목, 건설, 감리를 진행하는 공기업이죠. 근무하면서 디자인 재능기부 활동을 하면서 ‘사회적 기업’이라는 말을 처음 접했어요. 제가 몰랐던 세상이 있다는 걸 알았죠.”

한완희 빅워크 대표.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한완희 빅워크 대표.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사회적 기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퇴직 후 곧바로 찾은 아이템이 걷기와 기부를 연결시킨 애플리케이션이었단다. 빅워크 기부금의 원천은 스폰서로 참여하는 기업과 대학의 기부금이다. 한 대표는 “(대기업의) 기부금은 기부금대로 전달되고 앱의 시작 화면의 광고로 수익을 낸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함께 여러 공익 캠페인도 진행한다. “돌이켜보면 창업 후 2년간은 ‘기업가’라기 보다는 ‘활동가’에 가까웠죠. 스타트업 대표들이 하는 우스갯말 중에 ‘대표 놀이’라는 게 있거든요. 제가 그랬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대표님’이라고 불러주니 중요한 사람이 된 것처럼 착각했던 거죠.”

두 번의 부침과 두 번의 회사 이전을 통해 한 대표는 “사회적 책임보다 제품 자체에 집중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용자 삶의 질을 높이면서 기부도 한다는 회사 모토는 가져가지만, ‘착한 기업’보다 제품 자체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되고 싶어요.”

최근에는 전공을 살려 직접 ‘걷기’를 테마로 굿즈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사람들이 혼자 걸으면 사색에 잠기고, 둘 이상 걸을 때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게 되잖아요. 걸으면서 나온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싶을 때 손에 쥐는 메모장이 있으면 좋을 거구요.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걷기 여행’ 상품과 ‘걷기 다이어리’를 출시했죠. 매출에 큰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이용자 만족도가 가장 높아요. 체계화해 확장할 생각입니다.”

한 대표가 그리는 ‘큰 그림’은 빅워크 플랫폼을 키워 1조원 기부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는 “가끔 ‘사회적 기업가 외제차 끌고 다녀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비영리기관이 아니고, 기업가가 떳떳하게 돈 벌었다면 외제차를 사도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답할 때 다수가 실망하더라. 기업이 영리를 추구하면서도 윤리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제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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