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용역교환 돕는 ‘서울품앗이’
市 올해부터 갑자기 보조금 끊어
자리 못 잡은 지역단체들 속앓이
“장려하더니 예산 부족해 물러서”
#주부 인정현(49)씨는 최근 몇 달간 서울 노원지역의 지역화폐인 ‘노원’(No-Won)을 이용해 이웃이 만든 파래무침과 멸치볶음 같은 밑반찬을 사고 있다.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한 것도 좋지만, 판매용이 아니라 이웃이 가족들과 먹을 반찬을 만들 때 좀 더 만드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인씨는 밑반찬 장만에 매달 사용한 3,000~1만 노원은 집에서 쓰지 않는 물품을 다른 이웃에게 팔거나 카풀로 충당하려 한다. 서울 시내 같은 지역 이웃끼리 통용되는 가상의 지역화폐로 물품과 품(서비스)까지 거래하는 ‘서울품앗이’로 경제적 혜택과 이웃 관계를 복원하는 공동체 생활도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서울 시내 자치구에서 인씨와 같이 지역화폐를 십분 활용하기가 점차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지역화폐 활성화를 통해 공동체생활을 활성화하는 ‘서울품앗이’사업을 진행하는 지역품앗이들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 보조금이 절실한 지역품앗이들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
서울품앗이는 서울시가 2011년부터 자발적인 시민활동으로 지역경제를 선순환하도록 진행하는 지역발전 핵심사업이다. 현재 ‘동작품앗이’ 등 18개 지역품앗이들이 각각 지역화폐를 사용하며 서울품앗이사업을 진행 중인데, 회원들은 팔고 싶은 물품이나 품의 가격을 지역화폐로 각자 매긴 후 지역품앗이 홈페이지에 올려 거래한다.
5일 서울복지재단에 따르면 서울복지재단은 2011년부터 서울품앗이 활성화를 위해 매년 지역품앗이를 6~10곳씩 선정해 최대 1,000만원까지 사업비를 지원하는 등 지역품앗이의 모든 활동을 도왔다.
지역품앗이들은 지원대상 선정 시기에 따라 각각 1~3년씩 복지재단으로부터 지난해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지역화폐 거래 자체가 친밀도가 높은 개인간에 폐쇄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서울지역 전체로는 확산이 더딜 수 밖에 없어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지역품앗이들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서울품앗이 전체 회원은 1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지난 2015년 서울품앗이 거래 총액은 2억5,000만원을 조금 넘고, 거래 건수는 1만 3,000여건 수준이다. 한 지역품앗이 관계자는 “서울품앗이는 한국 정서상 내가 이웃에게 베푼 호의에 왜 값으로 매기냐는 불만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을 가지고 있다”며 “친한 이웃에 대한 호의를 더 확장해 잘 모르는 이웃에게도 호의를 베풀도록 장려하기 위한 것이 서울품앗이라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지재단은 올해부터 서울품앗이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지역품앗이의 자립을 유도한다며 모든 지원을 중단했다. 하지만 지역품앗이 자립 유도는 명목상 이유일 뿐 지역품앗이 지원 예산이 부족해 지원을 중단했다는 것이 상당수 지역품앗이들의 의견이다.
한 지역품앗이 관계자는 “서울시가 처음 서울품앗이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2000년 2월 만들어진 국내 지역화폐공동체 1호인 대전시의 ‘한밭레츠’를 벤치마킹한다며 강한 활성화 의지를 보였지만 지금은 예산을 이유로 한 발 물러서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지역품앗이로 선정된 4곳은 1년 만에 지원이 끊기게 돼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상당수 지역품앗이들은 2년 이상 지원을 받은 만큼 유지에 필요한 기본적인 토대는 마련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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