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보수신당(가칭)이 27일 “진정한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한 새 출발”이라며 호기롭게 광야로 나섰지만 ‘수권 정당’으로서 위상을 세우기까지는 여러 고비가 남았다. ‘유승민 식 개혁보수 노선’을 신당 일각에서 좌편향으로 규정하며 촉발된 노선투쟁부터가 만만찮은 관문이다. 중도층을 흡수하는 외연확장을 위한 인재영입도 시급한 과제다. 새누리당 잔류파를 얼마나 신당으로 흡수하느냐는 보수 적자 경쟁의 승패를 가를 요소로 꼽힌다.
개혁보수신당 노선을 결정할 정강·정책과 관련해 이견이 두드러지는 지점은 경제 등 비안보 분야다. ‘격차 해소’가 시대적 화두라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해법과 관련해서는 개별 의원들마다 생각이 다 다른 상황이다. 당장 신당 참여를 보류한 나경원 의원의 경우 “안보는 보수, 경제ㆍ노동은 진보라는 식의 좌클릭만으로 신당의 성공은 어렵다”며 노선갈등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신당 참여 의원들 사이에서 우려가 큰 대목은 ‘따뜻한 복지’로 상징되는 증세ㆍ복지 문제도 있다. 박근혜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고집해온 만큼, 국민적 요구를 수용해 ‘중부담ㆍ중복지’ 지향을 담아야 한다는 요구가 있는 반면, 증세에 대한 보수 지지층의 거부감이 크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승민 의원이 발의했던 사회적경제기본법 등에 대해 의원들 간에 이견이 있다. 정강ㆍ정책은 치열한 토론을 통해 정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강ㆍ정책 문제는 인재영입과 정계개편 등 향후 정치 일정과도 맞물려 있어 정치적 이해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개혁보수신당의 투톱 중 한 명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개헌을 도모하고 있어 또 다른 한 축으로 개혁 노선을 이끄는 유 의원과의 갈등이 전면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표면적으로는 신당 창당 과정에서 김 전 대표가 인재영입 등 하드웨어를, 유 의원이 정강ㆍ정책 등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 하지만 대표적 개헌론자인 김 전 대표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등 ‘야권 개헌파’와도 물밑 교류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의 외연을 넓히는 것은 김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으니 누가 봐도 사심 없이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안보나 경제, 복지 부분에서 우리가 큰 틀로 정한 원칙에 들어오는 인사여야 한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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