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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석서 전자담배 '뻐끔' 합법일까, 불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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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석서 전자담배 '뻐끔' 합법일까, 불법일까?

입력
2014.10.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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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이용자 가파르게 증가, 유해성 모르고 "피해 없다" 당당

세계보건기구 "독성 물질 포함" 경고, 한국도 담배와 똑같은 규제 적용

8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커피전문점에서 한 남성이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다. 전자담배도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은 불법이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8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커피전문점에서 한 남성이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다. 전자담배도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은 불법이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8일 낮 12시 30분쯤 서울 서초동의 모 커피전문점. 근처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30~40대 남성 4명이 입구로 들어섰다. 계산대에서 커피를 주문한 이들 중 2명이 금연석 테이블 하나에 둘러앉아 품 안에서 전자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테이블 위로 피어 오르는 뿌연 연기에 금연석의 다른 손님들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20대 여성 한 명이 이들에게 “담배는 흡연실에 피우시라”고 말했지만, “전자담배는 간접흡연 피해가 전혀 없다”는 남성의 대답에 별다른 항의도 못한 채 자기 자리로 발길을 돌렸다.

최근 커피전문점 등 공공장소, 특히 금연해야 할 실내 공간에서 이처럼 전자담배를 둘러싼 실랑이가 눈에 띄게 늘었다. 현재 2,500원 하는 담배 가격이 내년에는 4,500원으로 인상될 것이라는 소식에 상당수 흡연자들이 연초 대신 전자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이런 장면은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자담배도 연초와 같은 담배의 한 종류’에 해당해 금연구역에서 니코틴이 들어간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며 과태료 부과대상이다.

그러나 이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8년 넘게 피우던 연초 대신 2주 전부터 전자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직장인 김형기(35)씨는 “담뱃값을 아낄 수 있고, 몸에 덜 나쁘다고 해서 전자담배를 선택했다”며 “전자담배도 금연구역에서 피우면 안 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 혜화동의 한 커피전문점에 근무하는 허모(27)씨는 “한 달 전만 해도 전자담배를 피우는 손님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엔 하루 10여명은 된다”며 “흡연실이나 가게 밖에서 피워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전자담배는 냄새도 없고 몸에 해롭지 않다’며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실내에서의 전자담배 흡연을 고수하는 이들의 주장대로 과연 전자담배는 간접흡연 피해가 없을까. 세계보건기구는 올해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자담배가 건강을 해칠 위험성을 부정할 수 없다며 실내에서의 사용과 미성년자에 대한 판매금지 등 엄중한 규제를 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는 전자담배 연기가 수증기가 아닌 니코틴과 포름알데히드, 납, 크로뮴 등 각종 독성물질이 포함돼 간접흡연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적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담배사업법상 전자담배는 ‘담배’로 분류돼, 연초와 같은 규제를 받는다. 따라서 100㎡ 이상 영업장, 도심공원, 교육시설 등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은 엄연한 불법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전자담배 이용자가 가파른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전자담배용 니코틴 용액 판매량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량은 7,220ℓ로, 2012년(4,310ℓ)의 약 2배에 이른다. 담뱃값 인상안이 나온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 4월부터 민간 단속원을 배치, 금연구역 내 전자담배 흡연행위에 대해 계도하는 ‘금연지도원’ 제도를 도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우선 전자담배도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이 금지돼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니코틴이 포함되지 않은 전자식 흡연 욕구 저하제가 전자담배와 비슷한 모양으로 되어 있어 흡연자가 단속원에게 전자담배가 아니라고 주장하면 확인이 쉽지 않아 단속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성규 박사는 “강남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가 예산 부족으로 금연지도원 제도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예산을 확충하고 홍보를 강화해 전자담배도 담배와 같이 취급해야 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ㆍ사진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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