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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아저씨

입력
2017.01.2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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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하나인 낱말도 자주 쓰이다 보면 이런저런 언어 환경의 영향으로 의미가 확장된다. 이렇게 되면 확장된 의미와 원래의 의미를 구별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확장된 의미가 원래의 의미처럼 행세할 수도 있다. 그런 말 중 하나가 ‘아저씨’다.

[큰사전](1957)에는 ‘아저씨’가 “부모와 한 항렬되는 사내”로 풀이되어 있다. 그런데 [새우리말큰사전](1974)에 뜻 하나가 추가된다. “친척 관계가 없는 부모와 같은 또래의 ‘젊은 남자’에 대하여 주로 어린이들이 정답게 부르는 말”. ‘아저씨’의 의미가 친족 명칭의 경계를 넘어선 것이다. 그 이후 사전에선 ‘어린아이의 말’과 ‘젊은’이란 설명이 빠진다. 결국 [고려대한국어대사전](2009)에는 “혈연관계가 없는 남자 어른을 친근하게 이르는 말”이 ‘아저씨’의 첫 번째 뜻으로 기록되기에 이른다. ‘아저씨’가 나이든 남자를 예사로이 부르는 말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저씨’는 실질적으로 친족명에서 이탈한다. 아저씨를 ‘당숙’으로 부르다 보니 나이 차가 적은 아저씨를 부르는 말인 ‘아재’도 자리를 잃었다.

친족명에서 이탈한 ‘아저씨’의 추락은 가파르다. 이젠 남자 어른을 ‘아저씨’로 부르는 것조차 망설여지고, ‘아재’는 ‘아재 개그’나 ‘아재 취향’ 등의 말 속에서나 찾을 수 있다. ‘나이 들고 뒤떨어지고 뻔뻔한 남자’의 의미에까지 근접하는 ‘아저씨’의 추락 속도는 그 대응어인 ‘아주머니’를 앞지른다. 이 상황에서 등장한 ‘개저씨’(몰지각한 아저씨). 그렇다면 이제 ‘아저씨’는 부정적 의미를 ‘개저씨’에게 넘길 수 있을까? 그러나 ‘개저씨’를 부름말로 쓸 수는 없으니 ‘아저씨’는 당분간 지금의 ‘아저씨’일 수밖에 없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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