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과 진실공방을 벌여온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의 처지가 곤혹스럽다. 지난해 10월 발간된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 중 관련 대목이 5ㆍ9대선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다. 급기야 그는 문 후보 측으로부터 “용서하지 않겠다” “몇 배로 갚아주겠다” 는 등의 협박성 문자 메시지까지 받았다고 한다. 문 후보 측은 송 전 장관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이기도 하다. 송 전 장관이 엊그제 북한대학원대학 총장직을 사퇴한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찮아 보인다.
문 후보 지지자들의 이른바 ‘문자 폭탄’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일각에서 문 후보와 초록동색이라고 보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조차 대선후보 2차 TV토론 중 문 후보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문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폭탄 세례를 받았다. 송 전 장관도 그런 문자 폭탄을 피해가지 못했다. 송 전 장관은 문 후보 캠프의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사람”이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선대위 측은 “누가 문자를 보냈는지 송 전 장관이 직접 밝히라”며 역공세를 취하고 나섰지만 그가 없는 얘기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송 전 장관에 대한 고발도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물론 문 후보는 2007년 11월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자신의 주도로 북한에 의견을 물어본 뒤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을 했다는 송 전 장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해왔다. 송 전 장관이 2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당시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소외돼 흐름을 잘못 파악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검찰로 끌고 가 풀겠다는 발상은 틀렸다. 패권주의 비난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송 전 장관은 논란이 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의 머리말에서 “긴 여정을 거쳐 나는 한반도 문제 해결의 지렛대는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하나로 묶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시 도달했다”고 썼다. 그의 회고록에 기본 바탕으로 깔린 이 같은 문제의식은 바로 문 후보 외교안보 노선의 핵심이다. 송 전 장관은 북한 핵 문제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가장 가깝게 다가갔던 ‘9ㆍ19공동성명’ 채택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의 경험은 문 후보가 집권에 성공할 경우 북핵과 남북문제를 풀어가는 데 참고가 될 자산이다. 그런 그를 당장 선거에 불리하다고 마구 몰아붙이는 것은 단견과 속 좁음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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