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6일 다섯 차례 심판 끝에 ‘간통죄 위헌’결정을 내리자 간통죄 폐지를 주장해 온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진보성향의 여성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은 대체로 “인권을 존중한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 3곳은 이날 논평을 내고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실효성 없는 간통죄가 폐지된 만큼 결혼제도 안에서 파탄의 귀책사유가 있는 배우자에게 민법상 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정규 대전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과거 간통죄가 여성을 보호하고 가정을 지켜준다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지만 실제는 보호장치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헌재 결정은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여성계와 시민단체들은 헌재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간통죄 위헌 결정이 시기상조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2008년 간통죄 합헌 결정 당시 환영 논평을 냈던 한국여성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한 상태지만 배우자의 부정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선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이옥남 정치실장도 “우리나라의 높은 이혼율을 감안했을 때 간통을 막을 법적 장치를 없애고 개인의 자율에 맞기는 것이 과연 옳은 판단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간통죄 존치를 주장해 온 유림(儒林)단체인 성균관은 강력히 반발했다. 성균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헌재의 법리판단에 의해 위헌으로 결정돼 1,000만 유림은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간통은 법뿐만 아니라 역사를 통해서도 금기시되어 왔던 행위이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용인될 수 없는 부도덕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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