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여자탁구 대표팀이 스웨덴 할름스타트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깜짝 단일팀을 구성했다. 남북은 각각 단체 8강전에 올라 3일 맞대결을 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국제탁구연맹(ITTF) 창립 행사장에서 ITTF 회장의 주선으로 논의를 진행해 단일팀 구성에 합의, 대결 없이 4강전에 직행했다. 탁구 남북 단일팀 구성은 27년 전 일본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처음이다. 판문점 선언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와 오랜 교류로 다져진 남북 체육계의 신뢰 관계, 남북 화해를 돕고 세계의 주목을 끌려는 ITTF의 적극 지원이 만들어 낸 결실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에 이어 이번 여자 탁구 단일팀 구성은 스포츠와 문화 분야에서 남북 교류가 얼마나 빨리 진행될 수 있는지, 그런 교류가 남북 관계 전반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작용하는지 잘 보여 준다. 평창올림픽 때도 이를 남북대화의 계기로 삼으려는 정부 목표에 따라 극적으로 단일팀이 구성돼 이후 북한 응원단ㆍ예술단과 김영남 김영철 김여정 등 북한 고위인사 방문이 가능했다. 최근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도 결국 이런 스포츠 교류가 물꼬를 텄다고 할 수 있다.
남북이 화해와 협력을 향해 가자고 약속했지만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일정한 해결을 보기 전까지는 국제사회가 결의한 대북 제재의 틀에 묶일 수밖에 없다. 남북 모두 경제협력이 큰 관심이지만 당장 이 문제를 적극 논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남북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해 3일 발족한 판문점선언 이행추진위가 첫 과제로 산림 협력을 거론한 것도 그 때문이다. 더불어 스포츠 문화 분야 교류는 국제 제재에 얽매이지 않고 남북이 적극 소통ㆍ협력할 수 있는 분야다.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북한의 리분희 선수와 함께 당시 최강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딴 현정화 렛츠런 탁구단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단일팀 이후의 시간을 이렇게 말했다. “북한과 만나면 서로 힘들었다. 실력의 우열을 떠나 이겨도 웃지 못하고 지면 착잡했다.”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40개 종목 단체에 남북 단일팀 의향을 물은 결과 탁구 농구 유도 정구 하키 카누 조정에서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특히 대한카누연맹은 6월에 한강에서, 7월에는 대동강에서 합동 전지훈련을 한다는 계획까지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런 스포츠 교류 움직임이 더 확산되고 좋은 결실까지 맺어서 남북 협력의 든든한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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