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문에 증거로 적시해
15년 미제 사건 해결에 이용한 경찰 프로파일링(Profilingㆍ범죄심리분석) 보고서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도입 18년째를 맞는 프로파일링 수사 결과는 그간 경찰 수사 단계에서 자료로 활용됐으나 법원이 증거로 채택하기는 처음이다.
문제의 장기미제 사건은 속칭 ‘갱티고개 살인’ 사건으로,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지난해 11월 22일 범인 A(51)씨와 B(40)씨에 대해 강도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판결문에 프로파일링 보고서를 증거로 적시했다. A씨와 B씨는 2002년 충남 아산시에서 노래방 여주인을 살해하고 시신을 아산 갱티고개에 유기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1월 최규환 충남경찰청 프로파일러 등 미제사건 분석팀이 ‘2인 이상 면식범, 계획적 강도 사건’으로 수사방향을 잡아 사건 당시 범인 동선을 재구성한 것을 계기로, 경찰은 지난해 6월 A씨와 B씨를 검거했다. 이들은 범행을 시인하면서도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계획적인 강도 사건’이라는 경찰과 검찰의 손을 들었다.
프로파일링 보고서를 증거자료로 삼은 재판부 판단은 물증이 부족한 장기미제 사건 속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법조계에서는 매우 전향적인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법원은 그간 증거 채택에 높은 수준의 증명력을 요구해 프로파일링, 최면수사로 얻은 진술 등을 인정하지 않았고, 거짓말탐지기 결과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채택해왔다.
강동욱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용의자 진술만 있는 상황에서 자백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위한 보강증거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범인 자백이 있어도 직접 증거가 없으면 처벌이 어려웠지만, 최근 법원이 ‘시신 없는 살인’ 사건에도 유죄를 인정하는 등 증거 인정 범위를 확장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실 관계자는 “약 20년간 축적된 프로파일러 경험의 결과”라며 “미국에서는 연방수사국(FBI) 프로파일러 진술을 바탕으로 유죄를 인정한 판례도 있다”고 말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