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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묻지마 추진' 10년째 유치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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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묻지마 추진' 10년째 유치 0건

입력
2014.09.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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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제주 싼얼병원 불승인 결정 "모기업 회장 구속 작년 인지" 충격

사업타당성 떨어져 투자자들 외면… 질 낮은 병원만 진출 탐색 부작용도

국내 외국계 영리병원(투자개방형) 1호 후보였던 싼얼병원의 제주 건립이 결국 무산됐다. 이로써 2002년부터 정부가 밀어붙인 영리병원 정책은 10년 넘게 유치실적 0건에 머물렀다. 외자유치에 집착한 정부가 애초부터 타당성 떨어지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해 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제주도가 요청한 싼얼병원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복지부는 싼얼병원 모기업 톈진화업 회장 구속과 재정 부실 등 그동안 시민단체 등이 제기했던 문제를 그대로 인정했다. 더욱이 이날 복지부는 톈진화업 구속 사실을 지난해 10월 인지하고 이미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달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사실상 9월 중 승인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무리한 추진은 2002년 경제자유구역법 제정 때부터 투자개방형 영리병원을 추진하고도 실적이 전무한 정부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애초부터 보건복지부보다는 재정경제부가 밀어붙인 정책이었으나 사업타당성이 떨어져 번번이 물거품이 됐다. 2006년 미 뉴욕장로병원(NYP)은 재경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과 MOU를 체결한 뒤 사업계획서를 보완하라는 요청에 파기 결정했으며, 미 존스홉킨스대학병원 역시 2009년 인천시 등과 MOU를 체결했다가 투자자를 구하지 못하고 MOU 만기가 도래했다. 결국 명성 있는 외국 병원들은 투자자가 없어 물러났고, 이보다 의료서비스 수준이 한결 떨어지는 중국 싼얼병원이 처음으로 국내 진입을 가시화하다 자격 미달로 불허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영리병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르지 못했고,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국내 투자의) 사업타당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말했다. 최성락 보건의료정책국장은 “투자자들이 안 하겠다는데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영리병원의 실수요와 국내 의료계에 미칠 파장에 대한 면밀한 논의 없이 무작정 유치를 밀어붙인 게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비판하고 있다. 규제완화에만 목을 맬 것이 아니라 현실성 떨어지는 영리병원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국내 의료수준이 미국 유럽 등에 견줘 부족한 게 없는 데다 전국민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국내 의료환경에서 외국 병원과 투자자가 굳이 비집고 들어올 유인은 없다”며 “정부가 규제완화를 한들 외국에선 국내 의료시장을 투자가치가 높은 매력적인 시장이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정책연합 정책위원장도 “정부가 이런 식으로 문턱만 낮추다간 싼얼병원처럼 비급여 항목인 줄기세포 시술에만 매달려 투기적 목적으로 국내 진출을 하려는 질 낮은 병원만 부를 뿐”이라고 지적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정부는 현실성이 희박한 외국계 영리병원을 유치하려 규제 문턱을 낮춰왔지만 영리병원의 현실성과 적절성이 취약하다는 게 10년간 검증됐기 때문에 백지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국내 외국계 영리병원 1호 후보였던 싼얼병원 조감도.
국내 외국계 영리병원 1호 후보였던 싼얼병원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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