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식
주필

등록 : 2015.12.10 20:00
수정 : 2015.12.10 20:00

[황영식의 세상만사] 빌어먹을 선거법!

등록 : 2015.12.10 20:00
수정 : 2015.12.10 20:00

선거구획정위 실질적 결정권 안 줘

일찌감치 예상된 현재의 획정 지연

여야가 손 맞잡고 국민 우롱한 셈

새누리당 김무성(오른쪽)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6일 오후 국회에서 선거구획정안을 논의하기 위해 악수한 후 서로 엇갈리고 있다. 회동은 30분 만에 결렬됐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내년 4월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이 더뎌도 너무 더디다. 국회의 최종 의결 시한이 13일로 닥쳤는데도 여야가 그어온 평행선이 더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명령한 시한인 31일을 넘길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당장 15일부터 시작되는 예비후보 등록을 앞두고 예비후보, 특히 정치신인들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출마하겠다고 명함을 내밀어야 현역의원과의 인지도 및 선거후원금 모집 능력 격차를 좁힐 수 있을 터인데, 정해지지 않은 선거구에 등록할 길은 없다.

일부 우려처럼 국회가 선거구 획정 작업을 내년으로 넘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헌재 결정에 위반해 새 선거구는 물론이고 현행 선거구마저 사라진 백지상태를 원할 만큼 국회가 ‘밥그릇’에 초연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구 획정이 이리 늦다 보면 늘 그랬듯 막판에 후닥닥 뚝딱 합의할 선거구가 얼마나 한심할 것인지가 걱정이다. 그렇게 합의된 선거구가 지난해 10월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 이래 이뤄진 다양한 선거제도 개혁 논의와 얼마나 동떨어진 것일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전조(前兆)도 뚜렷하다. 여야는 이미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그대로 두되, 현재 146명인 지역구 의원을 153명으로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를 7명 줄이기로 잠정 합의했다. 남은 것이라고는 47명으로 줄어든 비례대표 배분에 ‘비례성 강화 방안’을 적용할 것인지의 여부뿐이다. 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또는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수 과반은 보장하자는 ‘이병석 중재안’의 수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여당은 ‘현행대로’를 외치고 있다. 지역구 의석을 억지로 늘리느라 비례대표 의석을 줄인 마당이어서 비례성을 강화해 봐야 어차피 별게 아니다. 여야 이견은 적당한 선에서 절충되겠지만, 모처럼의 선거제도 개선 기회는 완전한 물거품이 될 처지다.

올해 말까지 지역구 인구편차를 2 대 1 이내로 줄이라는 지난해 헌재 결정은 선거구 개편을 통한 정치개혁 논의를 꽃피웠다. 선거구 개편과 마찬가지로 표의 등가성(等價性)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독일식 정당명부제’나 이와 비슷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 등이 본격화했다. 사표(死票)를 줄이기 위한 석패율(惜敗率)제나 중대선거구제 논의도 활발했다. 묘하게도 새롭게 논의된 모든 선거제도는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감정을 완화하는 데도 효과가 있었다.

새 선거구 획정은 그런 논의에 담긴 최소한의 국민적 요구에 부응해야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비례대표 의석의 상대적 축소라는 퇴행만 두드러진다. 가장 큰 요인은 여야의 밥그릇 다툼, 아니 여야를 가릴 것 없는 의원들의 밥그릇 지키기 의욕과 행태다. 실은 지난 8월 공직선거법 개정에서 이미 그런 의원들의 뜻은 공개적으로 표시됐다.

선거법 개정의 골자는 국회에 두었던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중앙선관위 산하독립기구로 빼낸 것과 부칙에서 20대 총선에 한해 획정위의 선거구 획정안 국회제출 및 국회 의결ㆍ확정 시한을 10월13일과 11월13일로 각각 늦춘 것이었다. 획정위의 국회 밖 설치는 어디까지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수 없다’는 여론의 압력 때문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마지못한 결정이었는지는 선거법 24조 4항과 11항에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중앙선관위가 지명하는 1명과 여야가 절반씩 추천해 의결하게 마련인 8명 등 9명으로 구성되는 획정위가 과반수 아닌 재적위원 3분의 2 찬성으로 선거구 획정안을 의결할 수 있도록 했으니 애초에 아무 것도 하지 말란 것이 국회의 속뜻이었던 셈이다. 그러고도 7월 획정위 출범을 두고 여야가 앞을 다투어 대단한 정치개혁의 출발이라고 추켜세웠으니 이런 국민 우롱이 달리 없다.

획정위가 법정시한인 10월13일까지 단일안 도출에 실패한 위법을 국민에 사과하고 문을 닫은 게 모두 선거법, 즉 국회가 예정한 대로였다. 그러니 ‘빌어먹을 선거법!’이 아닐 수 없다. 대신 20대 국회의 정치개혁 논의에서 다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일이 없도록 유권자가 한층 눈을 부릅떠야 하리란 국민적 각성만은 한결 오롯해졌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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