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고발에 金총장도 지시
檢 수사정보 유출도 확인 방침
실세 민정수석으로서 ‘최순실 게이트’를 방조한 책임이 크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였던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결국 관련 수사를 받게 됐다.
7일 검찰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우 전 수석 조사는 가족회사 자금 횡령 의혹 등 개인비리 혐의를 조사한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로 넘어가게 됐다. 형식상 최근 시민단체가 민정수석으로서 측근 비리를 막지 못한 직무유기 혐의로 우 전 수석을 고발한 데 따른 것이지만 김수남 검찰총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상 직무유기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공무원에게 1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직무유기 혐의가 입증되려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직무를 저버린다는 인식이 동반돼야 한다. 즉 우 전 수석이 최씨의 비위 사실을 알았는지,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직무유기로 인한 피해가 실제로 발생했는지와는 무관하게 국가기능 저해 및 국민에 대한 피해가 야기될 가능성만 있으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이에 따라 검찰은 우선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온 2014년 5월 이후 최씨의 비리혐의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미 2014년 11월 최씨의 남편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이 보도돼 검찰이 수사하는 등 파장이 컸던 것을 감안하면 우 전 수석이 최씨의 전횡을 전혀 몰랐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파악된 내용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후속조치를 하는 것이 민정수석의 정상적인 업무라, 최씨 일가의 비리 내용을 어느 정도는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롯데에 요구해 70억원을 기부 받았던 K스포츠재단이 수사 직전 반환한 것과 관련, 우 전 수석 등으로부터 수사 정보가 최씨 측으로 유출됐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대검찰청, 법무부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보고 절차뿐만 아니라 이른바 ‘우병우 라인’으로 일컬어지는 검찰 내 인사들의 ‘비선 보고 라인’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광고감독 차은택씨로부터 “우병우 수석이 우리를 봐주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언론 인터뷰 내용도 조사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최씨 국정개입이나 재단 비리, 롯데의 70억원 반환 같은 일은 당연히 민정수석이 사전에 파악하고 끊었어야 할 일”이라며 “청와대 비서관이나 수석이 연루된 범행의 배경에 민정수석실을 빼고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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