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아직 준비 움직임 없지만
前 정권 사례 보면 비선 관여 배제 못해
정부가 시기상조라고 선을 긋고 있음에도 북한 최고위급 방문으로 조성된 남북대화 분위기가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남북 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남북관계와 관련한 비선 라인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경우 어떤 수위에서든 비선 조직 또는 인물이 관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간 정상회담 성사 사례를 보면 북측이 비선 라인을 통한 사전 조율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4일 방한한 북한 대표단이 ‘파격적 사건이 있어야 남북관계를 풀 수 있다’고 했는데, 그 사건은 정상회담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자신들의 방한으로 오솔길을 열었다고 했다”면서 “차관급 접촉을 통해 신작로를 만든 뒤 그것을 더 키워 나가는 것이 정상회담”이라고 부연했다.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전에 북한 대표단을 면담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언론 인터뷰에서 “황 총정치국장 등에게 내년에 남북 정상회담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니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하면서 “북한 대표단이 작심하고 내려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움직임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과거 정권의 사례를 보면,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사전 조율 작업이 남북 간에 비밀리에 진행되거나 조만간 시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00년 6월과 2007년 10월 개최된 1,2차 남북 정상회담의 경우 외교안보 공식 라인과는 거리가 먼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성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1차 정상회담 때는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장관이 송호경 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을 상대로 사전 협상 주체로 나섰다. 노무현정부에선 북한이 안희정 현 충남지사를 통해 정상회담 의사를 타진한 뒤 분위기가 무르익자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나섰다. 북한이 비선 라인을 선호하는 것은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 서로 협의한 내용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인사와 대화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명박정부에서는 임태희 당시 노동부장관이 북측을 접촉한 데 이어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과 김천식 통일부 정책실장 등 공식 외교안보 라인에서 대북 협상을 주도했지만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당시 청와대가 직접 나서면서 실효가 크지 않았고 정상회담이 무산된 뒤에는 후폭풍이 더 커지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보고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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