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으로부터 4조2,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지원을 받게 되면서 일단 침몰 위기에서 벗어나 회생을 도모하게 됐다. 말이 채권단 지원이지 실상은 정책금융기관인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각각 2조6,000억원과 1조6,000억원을 신규 출자, 또는 대출하는 것이라 결국은 국민 부담인 공적자금 성격이다. 따라서 이제 관심은 대주주로서 대우조선에 막대한 부실을 초래한 산업은행에 쏠리고 있다. 정부는 11월 초 발표 예정인 ‘정책금융 역할 강화방안’을 통해 산은 기능을 재조정함으로써 적폐를 개선한다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산은은 대표적 정책금융기관으로서 태생적으로 부실을 떠안는 숙명을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손익을 앞세우는 시중은행들이 소매금융에 치중하면서 위기 기업에 대한 지원부담은 점점 커졌다. 9월 현재 경영지원 성격의 출자로 산은이 1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ㆍ지배회사 수만 무려 268개다. 그 중 부실기업이 118개이고, 부실여신 잔액도 3조원이 넘는다. 산은이 늘 기업 구조조정과 부실의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향후 정책금융 개혁 차원의 산은 구조조정은 부실을 떠안는 대신 투자금융 중심의 역할 강화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은 정책금융 실패의 원인은 비단 역할 때문만은 아니다. 정책적 금융지원을 지렛대로 한 자회사ㆍ지배회사에 대한 무분별한 ‘갑질’이 대규모 모럴헤저드를 초래하는데 크게 작용했다. 그 중심 비리가 ‘산은 낙하산’이다. 대우조선 사례만 봐도 산은 총재와 부행장, 기업금융 담당 임원 등이 2001년부터 퇴직 후 줄줄이 대우조선 임원과 이사직을 꿰차고 앉았다. 결국 이들이 억대 연봉과 법인카드, 차량 등을 받으며 산은의 대우조선의 막대한 부실을 방관토록 한 로비스트로 활동한 셈이다.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정책금융을 지렛대로 산은 퇴직 임직원들이 자회사ㆍ지배회사ㆍ관리회사 등에 재취업한 ‘낙하산’ 사례는 2008년 이후만 102건에 달한다. 직위도 감사, 부사장, 재무책임자(CFO), 대표이사, 본부장, 상무ㆍ전무 등 요직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산은에 대해 퇴직 임직원의 재취업 부적정 등으로 기관주의까지 줬으나 올해도 9월말 현재 12명이 재취업 했다.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정경유착의고리라면, 산은 등 정책금융기관의 낙하산 인사는 금경유착에 따른 부실의 고리가 될 수밖에 없다. 산은 구조조정이든, 정책금융기관 역할 강화든 반드시 산은 식의 낙하산 인사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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