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南과 마주앉지 않을수도” 위협
美, “리비아 아닌 트럼프 모델” 진화 나서
문 대통령, 한미회담 전 김정은 설득해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남측과의 대화 중단까지 시사하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17일 조선중앙통신 기자 질문에 “북남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차후 북남관계 방향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며 한미연합 ‘맥스선더’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발언 등을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미국과 “한짝이 되어” 북한에 대해 압박 공세를 펴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태도가 과거 보수 정권과 다르지 않다는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남북 고위급 회담 취소에 대한 우리 측의 유감 표명 및 회담 개최 촉구에 대한 재반박 차원이지만 발언 수위나 태도가 심상치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리 위원장 발언은 미국의 비핵화 압박에 밀리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기싸움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우리 측 태도를 정면 겨냥했다는 점이 영 개운치 않다. 이런 식이라면 다음달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전망을 마냥 낙관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그만큼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남북 간 교류협력의 폭을 넓혀나가야 할 문재인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더 무거워진 형국이다.
북한의 갑작스런 강경 태도는 중국의 측면 지원과 무관치 않다. 최근 시진핑 주석은 다롄 북중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미 정상회담 결과와 상관없는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북한은 최근 주요 시ㆍ당 위원장으로 참관단을 구성, 중국 경제발전 현장을 돌아보게 하고 시 주석과 면담을 하는 등 북중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이런 구도가 가속화할 경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국면은 과거처럼 ‘한미 대 북중’ 국면으로 치환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심각한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미국 측이 다소 누그러진 자세를 보인 것은 다행한 일이다. 세라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반발하는 비핵화 방식 논란에 대해 "리비아 모델이라는 말은 있었지만 우리가 따르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따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모델’"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북미가 정상회담 국면을 깨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결렬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 그만큼 북미 간 비핵화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 조율에 있어 문재인 정부의 중재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선 문 대통령이 핫라인 직접통화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하는 것이 더 긴요해졌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지적처럼 “이럴 때 안 쓰면 언제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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