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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국, 총 잡는 소수자들

입력
2017.03.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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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총기협회 박물관에 걸린 총기류. NRA
전미총기협회 박물관에 걸린 총기류. NRA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총포점을 운영하는 톰 매너위츠씨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다. 집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펼치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그러나 가계(家計) 사정은 오히려 나빠졌다. 총기 판매량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무기 창고에는 AR-15 자동소총 등 재고가 6개월치나 쌓여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수입 급감으로 울상인 총포상은 매너위츠씨 뿐만이 아니다. 전미총기협회(NRA) 회원 대부분이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 뒤 매출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강력한 총기규제를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선거에서 이겼다면, 그의 취임 전 무기 사재기를 할 것으로 예상됐던 총기 애호가들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마음을 바꿨기 때문이다.

FBI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총기 판매량은 전년대비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총기판매 직전 이뤄지는 고객 신원조회 건수가 2016년 1월에는 250만건이었으나, 올해 1월에는 200만건으로 감소했다. 다양한 종류의 권총과 소총을 생산하는 ‘스텀, 루거 앤 코’(Sturm, Ruger & Co)의 주가는 11월 대선 이후 24% 하락했고, ‘스미스 앤 웨슨’ 권총을 생산하는 ‘아메리칸 아웃도어 브랜드’(American Outdoor Brand) 주가도 32%나 내려갔다.

하지만 어디나 예외는 있는 법. 판매량 급감으로 고전하는 총포업계에서도 유달리 호황을 누리는 곳이 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 반대편에 섰던 흑인, 소수계 이민자, ‘성(性) 소수자 등이 주 고객인 업소다. 트럼프 정권 이후 백인이나 ‘성 다수자’ 등의 차별이나 압박이 노골적으로 강화된 걸 느끼면서 자위권 차원에서 총기를 구매하거나 사격 훈련을 받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전미흑인총기협회(NAAGA) 필립 스미스 회장은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의 공격이 빈발하면서, 총기 사용법을 익히려는 흑인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스미스 회장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 이후 협회 회원이 8,000명이나 증가했다. 최근 이 협회의 메릴랜드 지부 설립을 주도한 스티븐 요크만 지부장은 “세상이 흉흉해지면서 선량한 흑인 시민 중에서도 총기 조작법이라도 배워 놔야 마음이 놓인다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인도계 미국인 발라씨 친구가 살고 있는 텍사스주 집에 놓여진 협박편지. 무슬림과 인도계, 흑인, 유대인을 없애버리겠다는 내용이다.
인도계 미국인 발라씨 친구가 살고 있는 텍사스주 집에 놓여진 협박편지. 무슬림과 인도계, 흑인, 유대인을 없애버리겠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유색인종 이민자와 성 소수자들은 트럼프 집권 이후 일부 과격 성향 백인들로부터 핍박이 크게 증가한 걸 체감하고 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흑인인 케빈 존스씨는 “출근 도중 시비가 붙었는데, 백인 운전자로부터 인종차별적 모욕을 들었다”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인도계 이민자 발라씨도 “텍사스에 잘 정착한 것으로 알고 있던 고향 친구로부터 최근 “인종차별적 협박 편지를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며 “트럼프 이후 미국이 예전 같지 않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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