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세계유산 등재 위해 직권해제
사직2구역 등 3곳 재개발 조합
“민ㆍ형사 소송 불사” 마찰 커질 듯
일부 주민은 보상ㆍ환경정비 요구
“이렇게 지지부진할 바에야 차라리 해제하는 편이 낫다고 봐요. 이른 시일 내에 사람 살만한 동네로 정비됐으면 합니다.”(서울 종로구 사직2구역 주민)
“재개발 사업시행인가가 다 난 구역을 시가 일방적으로 해제하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조합원들이 떠안을 막대한 사업비는 누가 보상해줍니까?”(서울 종로구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조합 관계자)
서울시가 한양도성을 복원하기 위해 도성 내 재개발 정비구역을 직권해제하기로 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이 혼란에 휩싸였다. 사업을 추진했던 조합 측은 직권해제 취소를 위한 정면대응에 나설 방침인데다 해제에 찬성하는 일부 주민들도 보상과 주거 환경정비를 요구하고 있어 마찰이 예상된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역사, 문화적 가치 보전에 따라 직권 해제 대상으로 선정된 곳은 사직2구역, 옥인1구역, 충신1구역 등 세 곳이다. 현재 이들 지역에 대한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공고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앞서 시는 2017년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를 목표로 2013년 성곽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인근 재개발 정비구역인 사직2ㆍ옥인1ㆍ충신1구역 등을 직권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6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안건을 상정, 조건부 동의를 통과해 사실상 재개발 사업이 무산될 상황이다.
세 곳 중에서도 반발이 가장 심한 곳은 사직2구역이다. 2009년 재개발 사업 구역으로 지정, 2012월 9월 사업인가를 받고 롯데건설로 시공사 선정까지 마친 이곳은 향후 지상 12층 아파트 486가구로 재개발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관리처분 인가를 마친 상황에서 행정절차가 중단됐다.
조합측은 시가 시간 끌기로 일관하다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재개발 무산을 통보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학영 사직2구역 조합장은 “사업이 무산되면 조합원들이 이에 따른 피해보상과 매몰비용 등 350억 원 가량을 떠안아야 한다”면서 “도시 재생 사업은 어느 정도 기반시설이 갖춰진 지역에서 가능한 것이지 완전히 낙후돼 절반이상이 빈집으로 남은 이곳에는 맞지 않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조합 측은 직권해제 취소소송 등 민ㆍ형사 소송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법정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일부 주민은 재개발 해제를 반기며 환경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이 동네에서 40년간 거주했다는 윤기욱(71)씨는 “평생 살아온 곳을 떠나는 것보다는 깨끗하고 쾌적한 주거지로 고쳐서 살고 싶은 마음”이라면서 “시에서 보상을 받아서 하루라도 빨리 정비가 진행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한 주민도 “재개발이 10년 넘게 지지부진해 도로 정비는 물론 내 집도 마음대로 수리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편안하게 살고 싶은 마음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사직2구역을 포함한 세 곳에 대해 시의회 자문을 받아 내년 초 직권해제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환경개선 가이드라인이나 직권해제로 인한 매몰비용 보상 방식은 결정하지 못했다. 시 관계자는 “주거환경 관리사업을 통해 현재 노후한 저층주거지들의 물리적인 환경 개선뿐 아니라 마을 공동체 회복을 통한 지원이 이뤄지면 일대 재생이 함께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향후 여건변화에 따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협의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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