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국가 운명을 가를 새 개혁안 제출을 앞두고 세 번째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나흘 앞으로 다가 온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선 이 개혁안을 토대로 구제금융 지원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이 자리의 핵심 쟁점은 그리스의 채무 조정을 부채탕감으로 할 지 만기연장으로 진행할 지가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AP AFP 등 주요 외신은 그리스가 채권단에 2년 동안 120억유로 규모의 재정수지 개선을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9일(현지시간) 제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리스는 앞서 유로존 상설 구제금융 기금인 유로안정화기구(ESM)에 구제금융도 공식 요청했다. 그리스는 이전 두 번의 구제금융으로 2,400억유로를 빌렸다.
그리스 정부는 ESM으로부터 3년 동안 돈을 빌리는 대신 연금, 세제 개혁 등을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구제금융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가디언은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규모가 520억유로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IMF도 그리스에 최소 500억유로의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IMF의 분석이 은행 폐쇄 등 이번 그리스 사태 이전에 수행됐기 때문에 현재는 이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ESM은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국가나 은행들에 자금 지원을 할 목적으로 2012년 10월 출범했다. 채권 발행 기능뿐만 아니라 대상 국가의 채권을 직접 매입할 수 있어 위기 대응력이 높다고 평가 받는다. BBC에 따르면 ESM의 최대 출자국은 독일로 지분율이 27%고 이어 프랑스 20%, 이탈리아 18% 순이다.
ESM이 그리스의 구제금융 요청을 승인하면 그리스는 ESM 출범 이후 세 번째로 구제금융 지원을 받은 국가가 된다. 첫 번째는 스페인 은행들로 ESM은 2012년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총 413억유로의 대출 계획을 승인했다. 스페인의 상환 만기일은 2027년 말이다. ESM은 키프로스에도 최대 90억유로까지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 키프로스는 현재 ESM에 57억유로를 빌려 정부지출, 건강보험 등에 투입하고 있다.
그리스의 채무 조정 방식은 12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의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프랑스 등은 만기연장을 IMF와 미국 등은 채무탕감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채무탕감에 대한 독일의 거부감이 커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전통적 헤어컷(채무탕감)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고 독일 언론이 전했다. 그리스와의 재협상에 강력 반대하는 여론에 밀려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더타임스는 9일 독일 언론을 인용해 독일 대연정을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과 기독사회당(CSU) 연합 의원 311명 중 100명 이상이 그리스와의 협상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반면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채권단이 그리스가 감당할 수 있을 만한 “‘현실적인’ 제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채무탕감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 연장 재협상일 다음날인 13일까지 지난달 29일 시작된 자본통제를 연장하기로 했다. 이날까지 은행 폐쇄는 물론 현금인출 한도도 1인당 60유로로 유지된다.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가 계속되자 그리스는 유럽중앙은행(ECB)에 ‘긴급유동성지원’(ELA) 금액 한도 증액을 요청했으나 ECB는 동결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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