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땐 천문학적 혈세 낭비", 교총 등 보수 진영 폐지 목소리
"역대 중도 하차 서울서만 단 2명", 전교조 등은 "엉뚱한 발상" 일축
“허위사실공표에 대한 유죄 판결은 교육감 개인을 넘어 직선제 제도 자체에 대한 유죄판결이다.”(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은 국민적 합의로 정착돼 가는 교육자치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국민참여재판에서 허위사실 유포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자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둘러싼 보수ㆍ진보 진영의 공방이 또 다시 불붙고 있다. 사법처리로 임기를 마치지 못한 교육감이 속출해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하는 막대한 비용, 잦은 선거로 인한 교육 현장의 혼란, 교육의 정치화 등이 직선제의 부작용으로 거론된다.
조 교육감이 벌금 50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받자마자 보수성향의 시민ㆍ교육단체들은 기다렸다는 듯 직선제 폐지를 부르짖고 있다. 24일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은 성명을 내고 “조 교육감의 판결을 통해 교육감 직선제가 최악의 제도임을 깨달아야 한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앞서 한국교총도 “고도의 정치행위인 선거 특성상 법률을 위반하는 유사사례가 반복되는 것은 필연적”이라며 직선제 폐지 필요성을 역설했다. 새누리당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17개 시도에서 13명의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되자 직선제 무용론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보수 진영은 2007년 직선제 도입 이후 당선된 서울시교육감 4명 중 3명(공정택, 곽노현, 조희연)이 선거법 위반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거나 중도 낙마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을 폐지론의 주요 근거로 삼고 있다. 직선제를 도입하면서 헌법이 보장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당 공천을 배제했으나, 여전히 정파성에 의존하는 선거로 전락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또 인지도가 낮은 후보들이 선거를 치르다 보니 정책경쟁 대신 상호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막대한 선거 비용이 들어가는 점도 문제로 꼽는다.
실제 지난해 6ㆍ4 지방선거 당시 교육감 후보의 평균 선거 비용은 10억140만원으로 시도지사 후보(7억6,300만원)보다 많은 것으로 추산됐다. 교육감이 중도하차해 남은 임기를 채울 보궐선거까지 치를 경우 국민들은 세금으로 이들의 선거 비용을 부담한다.
때문에 보수단체들은 “더 이상 교육감을 죄인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며 직선제 폐지를 근본적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직선제가 잠재적 범법자를 양산하는 구조”라는 보수진영의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일보가 17개 시도교육청의 역대 교육감 선거를 분석한 결과, 직선제를 통해 선출된 33명의 교육감 가운데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 퇴진한 교육감은 공정택,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2명뿐이다. 조 교육감까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3명으로 늘지만 모두 선거전이 유독 치열한 서울시교육감에 한정된다.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던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교육감 직선제가 지방교육자치를 위해 도입된 점을 고려하면, 특정 지역에서 낙마 사례가 잦다고 해서 전체 지역의 문제로 확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교조는 이날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대통령 직선제 자체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엉뚱한 발상”이라며 “교육감 직선제 자체를 조 교육감 판결과 연결해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직선제 도입 취지를 돌아보고 문제가 발생한 부분은 개선하는 편이 낫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교육감은 1991년까지 대통령이 임명했고, 1991~2006년엔 교육위원회 또는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로 선출됐다. 이 과정에서 정권에 의해 교육이 휘둘리거나 선거인단을 회유하는 돈 선거의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도입된 것이 직선제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자치라는 헌법 정신에 입각해 의미를 갖는다”며 “교육감 직선제를 도입한 지 채 10년이 안 된 상황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하는 것으로, 일부 세부적인 문제점을 다듬어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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