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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위 “공무원, 보수정권 시각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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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위 “공무원, 보수정권 시각서 벗어나라”

입력
2017.05.2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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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폭발적 증가에도

관리는 되는지 의문” 금융위 질타

“국정농단 수사 의지 있었다면

대통령 파면 없었을 것” 檢 비판

25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열린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김진표(맨 오른쪽)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열린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김진표(맨 오른쪽)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5일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에서 일해 온 공무원 사회의 보수색채 빼기 작업을 본격화했다. 자문위원들은 각 부처의 업무보고에서 과거 적폐 사례를 일일이 거론하며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행정에 반영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이날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진행된 금융위원회의 업무보고가 시작되자마자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금융위가 구조조정 주관부서로서의 역할도 못하고 있다고 면박을 줬다.

검찰과 법무부에 대한 질타는 더욱 거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박범계 정치행정분과위원장은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검찰이 권력에 유착하지 않고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를 발휘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은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어버이연합 우회 지원 의혹 사건,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서울시 공무원의 간첩조작 사건 등을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수사의 예로 꼽았다. 박 위원장은 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는 물론이고 상법 개정안처럼 큰 이견이 없는 사안도 법무부의 보수적인 태도로 통과되지 못하는 현실을 봐 왔다”고 꼬집었다. 이날 법무부 업무보고에서는 법무부의 탈검찰화, 공수처 설립 등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부처가 기존 보수 정부의 시각에서 벗어나달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김정우 경제2분과위원은 창조경제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에 앞서 “기존 5년 동안 일방적인 정책을 취해 왔으니 새 정부 국정 기조나 철학을 이해하고 공유해 서로 토론하고 협의하는 자리로 생각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이날 업무보고에선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등 창조경제 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려 1주일 안에 다시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유은혜 사회분과위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예산 등으로 야당과 갈등 전선을 그려온 교육부를 향해 “지난 정부 주요 정책들을 평가하는 과정에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이 중요한 기준으로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산비리 등으로 질타를 받은 국방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방개혁 대선 공약에 보조를 맞춘 업무 계획을 보고하며 바짝 엎드렸다. 국방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참여정부 수준의 국방예산 증가율(7~8%)을 다시 확보하는 방식으로 1년 안에 개혁안을 확정하겠다는 것이 보고의 요지였다. 박광온 대변인은 “(개혁안에는) 병력의 규모나 복무 기간 등 우리 군의 전력이나 운용계획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들도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정기획위는 각 부처의 서면보고 지침에 ‘과거 정부 추진 정책 평가 및 새 정부 기조에 따른 개선 방안’을 포함시켜 관가에선 사실상의 반성문 제출 요구라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새 정부 출범 시 정권인수 기구가 전임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은 어느 정도 예고된 수순이지만, 이번 국정기획위의 경우 9년 만의 정권교체에 따른 정권인수 업무라는 점에서 공무원 군기잡기가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공무원 길들이기가 아니라 정의와 상식,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원칙 하에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이뤄진 행정을 바로잡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각 부처는 ‘올 것이 왔다’면서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날 업무보고를 마친 일부 공무원들은 “표정이 좋지 않다”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걸음을 옮겼다. 특히 직접적인 유탄을 맞은 부서들은 머리를 싸매고 대책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이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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