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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대망론 타고 승승장구 李 총리, '망자의 입ㆍ메모'에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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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대망론 타고 승승장구 李 총리, '망자의 입ㆍ메모'에 추락

입력
2015.04.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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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서 의혹 쏟아져 불안한 출발, 도덕성 만회 노린 듯 '부패와의 전쟁'

成 리스트 파문으로 코너 몰려, 발뺌ㆍ말바꾸기 급급 불신 자초

檢 수사ㆍ선관위 조사 대상 불명예, 충청권서도 눈총

사의 표명 이후 칩거 중인 이완구 국무총리가 21일 오전 생각에 잠긴 채로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을 거닐고 있는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연합뉴스
사의 표명 이후 칩거 중인 이완구 국무총리가 21일 오전 생각에 잠긴 채로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을 거닐고 있는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연합뉴스

이른바 충청 대망론의 차기 주자로까지 거론됐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취임 두 달여 만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재임 63일의 사실상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도 짐이지만 역대 총리들이 국정 쇄신 차원에서 교체됐던 데 비해 이 총리는 비리 의혹 때문에 물러나 정치적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당장 충청권에선 “이완구 총리 한 번 만들었다가 충청 사람들 다 죽게 생겼다”며 이완구 원죄론까지 회자될 정도다.

독배가 된 총리직, 오만함이 화 자초

돌이켜보면 이 총리 인생에서 총리직은 독배였다. 혈액암까지 이겨내며 여의도에 복귀한 뒤 충청권 대표주자, 여당 실세 원내대표로 승승장구 하던 이 총리의 정치 인생은 역설적으로 총리라는 2인자 자리를 수락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지난 1월 총리 지명 이후 부동산 투기, 차남 병역 면제 및 언론 외압 발언 등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온 게 시작이었다. 이 총리는 2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대오 각성하겠다”며 몸을 낮췄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부적격 의견이 나올 정도로 타격을 입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취임 직후 이 총리는 자신의 도덕성 논란을 만회하려는 듯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반전을 모색했지만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얽히면서 자기가 놓은 덫에 스스로 걸려든 셈이 됐다.

무엇보다 이 총리 특유의 임기응변 식 말 바꾸기와 과장되고 오만한 언행이 화를 키웠다. 당장 이 총리는 이른바 성완종 메모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친분이 없다”고 발뺌하고, 3,000만원 금품 수수 의혹엔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걸겠다”는 다분히 위협적인 발언으로 위기 모면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 이 총리의 주장을 뒤집는 증언과 정황들이 제시되면서 그의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졌다.

특히 이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키워준 충청 민심까지 건드리며 제 발등을 찍었다. 이 총리는 1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거듭된 거짓말을 추궁하는 야당 의원 지적에 “충청도 말투라 그렇다”는 엉뚱한 핑계를 대며 충청 민심을 들끓게 했다. 정치권에선 “이완구를 총리로 만들어준 8할이 충청도 여론인데 자기 살자고 충청도를 버렸다”는 얘기마저 나왔다.

이완구 원죄론, 정치 재기 가능할까

일단 이 총리는 각종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며 조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국회의원 신분은 유지하겠지만 전직 총리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한다. 이 총리에 대한 본격적인 검찰 수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27일 이후가 될 전망이다. 검찰 입장에서 현직 총리를 직접 검찰청사로 소환하기는 부담스러운 만큼 대통령 귀국 후 이 총리 사표를 수리한 뒤 검찰이 전직 총리를 수사하는 식이 될 공산이 크다.

이와 함께 선관위도 2013년 4월 충남 부여ㆍ청양 재보선 당시 이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여부에 대해 자체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이 총리는 선관위 차원의 조사도 받게 될 전망이다.

검찰 수사와 상관 없이 이 총리의 정치적 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 비리 부패 정치인이란 딱지를 떼기 쉽지 않고 국정 혼란을 야기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점에서다. 특히 충청권에선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따른 책임론 화살을 이 총리에게 돌리는 의견이 적지 않아 인심을 회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이완구 하나 때문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까지 타격을 입었다”며 원망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물론 이 총리의 주장대로 결백이 밝혀진다면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동정론을 등에 업고 20대 총선에 재도전한 뒤 정치적 도약을 꾀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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